사진: 올림퍼스 디지털카메라
미 최대 카메라쇼인 ‘PMA2001’이 열린 2월 중순, 7종이나 되는 신제품 공개로 기세를 올리는 소니 옆에서 특별한 신제품도 없이 조용히 있던 올림퍼스광학이 돌연 뉴스를 발표했다.
이스트먼코닥과 올림퍼스가 1000건에 달하는 양사의 디지털카메라 관련 기술특허를 상호 제공(크로스라이선스)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일본과 유럽 시장에서의 압도적 점유율로 세계 1위에 올라있는 올림퍼스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맥을 못추는 코닥에 왜 소중한 기술특허를 제공키로 했는지, 진위를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나 3월 초, ‘코닥이 산요전기·세이코엡슨·아그파게발트 등 3사를 디지털카메라 기술특허 침해로 제소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의문이 다소 풀렸다.
두 사건을 짜맞추면 ‘코닥이 올림퍼스와 연합하고 다른 업체들도 끌어들여 세계화 전략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그림이 뚜렷히 드러나는 것이다.
올림퍼스가 코닥과 손잡은 것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 사업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년간 올림퍼스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1.4%포인트 떨어져 점유율을 크게 높인 소니와 공동 1위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고급품에 편중한 제품 전략의 실패와 주력인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올림퍼스 부진의 진짜 이유를 디지털카메라의 기간부품 고체촬상소자(CCD)의 공급원인 소니가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신제품 투입에 실패한 데서 찾는다. 미국 판매가 크게 늘어난 소니가 자사 제품 우선으로 CCD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림퍼스로서는 새로운 CCD 공급업체가 필요해졌다. 또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브랜드력이 월등히 앞서 있는 소니와 경쟁하기 위해선 이 지역에 뿌리를 둔 업체의 도움도 절실했다.
코닥의 경우 미국을 벗어나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다른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다른 업체와의 제휴가 불가피했다. 사실 코닥은 CCD를 포함해 영상 관련으로 엄청나게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나 광학렌즈와 고밀도실장 기술이 없어 생산을 외부(치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이외 시장에서 기를 못펴고 잠자는 사자로 평가돼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코닥이 세계화 전략으로 내민 카드가 바로 디지털처리 관련 기본특허다. 응용기술밖에 없는 일본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는 이 특허를 무기로 연합을 형성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 대상이 올림퍼스인 셈이다.
이런 배경에서 접근하면 3월 초 3사를 대상으로 한 제소의 의도가 훨씬 명확해진다. “제소는 3사에 대한 ‘동지가 되자’는 제안인 동시에 다른 업체에 대한 협박”이라고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이전부터 올림퍼스 카메라 대부분을 OEM 공급해온 산요전기는 위탁생산 업체로 가치가 높다. 잉크젯프린터에서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는 엡슨은 일본 시장에서 결코 적을 삼아서는 안되는 업체다.
코닥이 이들 업체와 연합을 형성해 공략하려는 적은 미국과 일본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소니, 그리고 디지털카메라는 물론 필름 분야에서도 영원한 맞수인 후지사진필름이다.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지난해 마침내 1000만대의 대벽을 넘어섰으며 고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반 필름을 사용하는 은염카메라 시장은 축소돼 2년 정도 지나면 주력의 자리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닥에는 그다지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일본 업체와의 연합을 통해 세계 시장의 주류로 남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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