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동성 위기의 진앙지격인 건설과 전자의 주총이 29일 오전 동시에 열렸다.
건설은 서울 계동 사옥에서, 전자는 경기 이천 본사에서 주총을 가졌다. 주총에 소요된 시간은 건설이 50여분, 전자가 2시간 반이다.
하루종일 걸렸던 삼성전자나 SK텔레콤의 주총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두 회사의 주총 시간은 매우 짧았다. 두 회사 모두 적자투성이로 주주들의 반발이 심해 주총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출자전환으로 감자까지 앞둬 소액주주의 반발이 강할 것으로 보였던 건설의 주총이 빨리 끝난 것은 뜻밖이다.
사회를 진행한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은 안건마다 소액주주의 발언권을 묵살하며 의사봉을 두들겼다. 주총은 50여분 만에 끝났으나 내내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전자의 주총은 건설의 주총이 끝날 무렵인 10시에 시작됐다. 이곳에서도 일부 소액주주의 반발이 있었으나 건설만큼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재무제표 승인건과 액면이하 신주발행건때 소액주주의 반발이 있었다.
사회를 맡은 박종섭 사장은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지만 줄곧 차분하게 주주들을 설득했다. 박 사장은 『실적부진은 반도체 경기하락과 유가증권 매각손실 등을 반영한 결과며 영업이익이 나는 회사임을 알아달라』며 재무제표를 승인받았다.
또 액면이하 신주발행건도 『부채상환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며 주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주주들도 불만족스러운 표정이나 부채를 해결하느라 이리저리 뛰는 현대전자 경영진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분위기였다. 다소 무거웠으나 삿대질 없이 진지한 주총이었다.
같은 현대 울타리에 있던 건설과 전자의 이날 주총은 이처럼 사뭇 달랐다. 속전속결로 끝난 건설의 주총은 마치 예전의 불도저식 현대 스타일을 보여줬다. 반면 전자의 주총은 「이 회사가 현대 계열사 맞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날로 현대전자는 하이닉스반도체라는 이름으로 새 출범한다. 엔지니어 중심의 기업으로 현대 계열사와 다른 기업문화를 가진 전자가 지분매각이라는 수순이 남았으나 침몰 직전인 현대호에서 떠났다. D램 가격상승 등 희망의 빛도 보인다.
반면 건설은 여전히 현대호에 남아 있다. 이날 주총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두 회사의 이날 주총은 현대그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산업전자부·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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