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험<31>
『고맙소, 최 회장. 나를 믿고 이렇게 자금을 지원해 주어서. 나는 최 회장의 도움을 고맙게 받아들이겠소. 그러나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드는군요. 내 말을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지난 날 나는 재벌이 자신의 기업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일정한 돈을 푼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일이라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선거철이 되면 누군 얼마를 받고, 누군 얼마를 받았느니 하면서 소문이 퍼진 일도 있지요. 그 재벌 총수의 자금 살포는 여야를 불문하고 살포되지요. 동향이라든지, 연고를 따라 살포되기도 하지만 모든 인연을 불문하고 골고루 살포된다고 들었습니다. 모두 지난 옛 이야기지만, 그것이 과연 옛날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순수하게 도움을 주고 그것으로 끝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수혈을 받은 정치인들이 훗날 경제 정책을 만들거나 제재조치를 입법할 때 혜택을 받은 재벌을 싸고 돌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쨌든 빚은 빚이니까요. 나도 최 회장에게 정신적인 빚을 지는 셈이지요. 그 빚을 청산하려면 돈으로 갚아야 하는데, 앞으로 이 만한 돈을 벌 자신이 없습니다.』
『너무 부담을 갖지 마십시오. 이 돈은 기업 비자금이 아니고, 주식을 판 투명한 돈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의 동지가 되어주십사 하는 뜻에서 돕는 것입니다.』
『동지가 되어 달라? 하하하, 그거 좋은 말이군요. 우리는 같은 당에 입당을 하니 어차피 동지가 될 수밖에 없지요. 정치란 참 재미있군요.』
그가 말하는 재미의 핵심을 알 수 없었다. 나는 정치란 재미있다기보다 치사하고 비열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 교수를 만난 이후 일주일 후에 당에서는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을 하였다. 공천 이후로 미루라고 하였던 윤봉수를 만나기 위해 나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에서 윤봉수를 공천하는 일에 갈등이 있었던 것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기존 국회의원 한태수 때문이었다. 한태수는 2선 의원이었는데, 이번에 공천에서 탈락되었다. 그것은 당선 가능성이 약하다는 것에도 이유가 있었지만, 중앙당에 여러번 반기를 들어 지도층을 불안하게 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야당의 지역구 위원장을 공천에서 제외시키면,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집권 여당의 후보와 상대해서 싸우는 제1야당 후보는 표가 갈라지게 마련이었다. 그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윤봉수가 공천을 따냈다. 공천 받기 전에도 그를 한번 만난 일이 있지만 공천이 확정된 이후 그를 찾아간 것이다. 선거 사무실이 아닌 운명철학 연구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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