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를 기회로

미국 정보기술(IT)업계의 구조조정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와 기업가치 1, 2위를 다투던 시스코시스템스가 전체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8000명을 감원키로 했으며 컴팩도 전체 직원의 7%인 5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인텔 역시 1400여명을 감원하는 한편 아일랜드 공장 증설을 연기키로 했으며 노키아·오라클 등 우량기업들도 실적 악화를 경고했다.

국내 IT업체들의 경우 대규모 인력감축에 나섰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지만 경기후퇴로 투자가 위축됐고 실업자수가 다시 100만을 돌파하는 등 미국의 상황이 강 건너 불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이 같은 상황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불가항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IT 구조조정과 한국의 그것은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한쪽은 일시 실업으로 끝나지만 다른 한쪽은 평생 실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우선 사회보장제도 등을 통해 충격을 흡수하고 향후 경기가 좋아졌을 때 다시 취업의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직은 그 직업에서의 종말을 의미한다.

우리의 현실상 한 번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이 적절한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해고자·감원자의 딱지가 붙어다닌다. 대우자동차 사태에서 보듯 한 번 실업자 신세가 되면 곧바로 거리에 나앉는 노동자도 적지 않다.

사회보장제도가 갖춰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실업은 국가경쟁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정부도 더이상 실업자가 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기업도 고통을 기꺼이 분담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어쩌면 이런 위기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좌절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겠다는 기업과 근로자·정부의 각오가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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