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문화 콘텐츠

◆이승환 컬처메이커 사장 gelee@taekwon.net

흔히들 한국은 어느덧 정보화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제 조금만 노력하면 정보화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정보화 한국이 정보화 강국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보화 강국이 반드시 정보강국이 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보화 산업이란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가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산업을 말한다. 21세기 지식경제 산업의 핵심은 정보화사업이 아닌 정보사업임을 깨달아야 한다. 정보사업의 핵심은 콘텐츠사업이다. 따라서 정보강국이 되려면 경쟁력 있는 콘텐츠 개발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문화 중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에서 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구의 의식주 문화를 비롯해 영화·애니메이션·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문화, 예술문화, 스포츠문화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즉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문화경제의 핵심 축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들의 것이다. 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보화가 가속되어 콘텐츠 유통이 정보사업의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았을 때 전세계를 지배하는 문화의 축이 서구 선진국들의 것이라면 우리는 과거 산업화시대보다도 더 심각한 정보산업의 국제수지 불균형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우려는 이미 우리 곁에 다양한 징후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박찬호가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와 미국 프로농구, 힙합 댄스에 열광한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타이거 우즈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미국의 영화사에 지급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빠져들며 일부 어른들은 미국의 포르노 잡지 및 비디오테이프에 탐닉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미국의 뉴스와 경제정보에 집중한다.

반면에 그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반문해 보면 정말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해외의 정보와 콘텐츠들이 디지털의 속성인 복제성과 온라인을 통한 유통의 용이성을 이용해 전세계의 개인과 기업들을 상대로 유통된다면 실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 그룹은 말로만 「문화」를 외쳐댈 뿐 우리 문화의 가치를 가슴으로 느끼고 그 문화를 어떻게 가공하고 포장해서 경제적 가치로 환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과 노력은 거의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처음 태권도를 가지고 문화콘텐츠사업을 시작할 당시 모두 정신나간 사람 취급하며 의아해 하던 눈빛들은 2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태권넷(http://www.taekwon.net)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나라에서의 반응과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 수준에 한참 뒤처져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바로 눈앞이 아닌 조금 먼 곳을 보아야 한다. 디지털의 속성은 산업화에 뒤졌으나 우수한 문화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의 룰임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가 하면 제일 잘 할 수 있고 세계적인 공신력을 얻을 수 있는 문화아이템을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 육성하고 발전시켜 디지털화해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디지털의 길은 이미 열려 있다. 5000년 역사의 문화적 잠재력은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은 바로 우리 디지털 세대의 몫이다. 이제 조금 먼 곳을 보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