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게임쇼^ 한국업체 참여 봉쇄 파장

일본 게임업계의 단체인 CESA가 한국 아케이드 업체의 춘계 도쿄게임쇼 참여를 원천봉쇄한 것은 한국 업체에 대한 경계 심리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CESA측은 전시회의 성격이나 저작권 침해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 업체의 일본 시장 진출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한국 아케이드 업체는 안된다 =춘계 도쿄 게임쇼에서 한국관의 설치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회장 박영화)가 참여 업체의 명단을 통보한 것은 2월초. CESA측은 『도쿄 게임쇼가 가정용 게임 전시회인만큼 아케이드 업체는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구두로 알려왔다. 첨단게임산업협회가 공식적인 입장을 묻자 CESA측은 『한국 업체들은 게임쇼에 참여해 저작권 시비를 빚어 왔기 때문에 아케이드 업체의 참여를 불허하겠다』는 답을 해왔다. 첨단게임산업협회는 지씨텍의 출품작에 대한 상세한 제품 설명서를 첨부해 일본 업체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음을 해명했지만 CESA측은 일본 코나미사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지씨텍의 참여를 불허했다.

첨단게임산업협회의 관계자는 『그동안의 협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CESA는 처음부터 한국 아케이드 업체를 참여시키지 않을 생각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저작권 침해는 핑계=지씨텍은 자사의 제품이 일본 업체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지씨텍의 이정학 사장은 『CESA측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게임인 액추얼파이트는 코나미사의 북두권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레이싱 게임 역시 미국 게임 배급사인 인포그램과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저작권 침해는 있을 수 없다』며 『코나미의 주장은 자사가 격투기 게임을 출시했기 때문에 모든 격투기 게임이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는 한국 업체들의 일본 시장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일본 게임 업계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한국 업체들이 아케이드와 콘솔 게임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막아 왔으며 이번 CESA의 결정 역시 이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아이디어와 순발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아케이드 게임 분야에서 한국 업체의 제품 개발력은 일본 업체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는 앞서고 있어 내수 시장 잠식을 우려한 일본 업체들이 저작권 침해를 들어 전시회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공정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일본 3대 게임쇼 출품 금지=이번에 CESA가 도쿄 게임쇼의 참여를 봉쇄함에 따라 한국 아케이드 게임 업체는 일본에서 개최되는 3대 게임 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됐다. 일본 어뮤즈먼트산업협회에서 주관하는 AOU의 경우 전통적으로 회원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아케이드 게임 업체들의 단체인 잠마(JAMMA)는 매년 9월 개최하는 전시회에서 한국 업체의 참여를 지난해부터 금지했다. 특히 지난해 전시회에서 잠마는 한국 업체인 어뮤즈월드(대표 이상철)가 내놓은 「EZ2댄서」의 출품을 행사 개막 1주일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에 한국게임제작협회(회장 김정률)를 비롯한 게임관련 단체들이 거세게 항의를 했지만 일본 업계는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동안 한국 업체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였던 CESA마저 이번에 도쿄 게임쇼의 참여를 금지함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업계와 문화부 반응 =게임 업계는 이번 CESA의 조치는 불공정 행위로서 범 업계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일본 업계의 계산과 로비가 근저에 깔려 있는 만큼 우리 업계와 정부도 치밀한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일 양국간에 영화·음반·게임 등 문화 산업 분야에 걸쳐 다양한 협력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이번 사태는 향후 다른 분야에서 한일 업체간 협력 사업을 벌일 때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가 한일 문화협력 사업이라는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 일본 업계가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만큼 우리도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 수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는 이번 CESA의 조치가 한국 업체에 대한 불공정 대우라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문화부의 관계자는 『이번 도쿄 게임쇼에 한국 업체가 참여하지 못한 것이 저작권 관련 문제인지 아니면 한국 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인지를 조사해 보고 일본 업계가 조직적으로 한국 업체의 시장 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드러나면 정부 차원의 해명 요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아케이드 업체의 단체인 잠마 관계자가 이달말에서 3월초 사이에 내한, 문화부·한국게임제작협회 등과 한일 게임 업계간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에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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