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벤처 투자자들 발길 "아시아로 몰린다"

미 벤처투자자들이 최근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정보기술(IT) 벤처포럼」은 최근 미국 벤처캐피털들의 아시아에 대한 투자열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50여명의 벤처투자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에서 발표자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더 이상 경기변동이 극심한 실리콘밸리의 대안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위험부담을 떠안을 수 있는 매력이 충분한 새로운 투자 대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벤처잡지 레드헤링(http://www.redherring.com)은 이번 포럼 주요 발표자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 거액을 투자한 경험이 있는 실리콘밸리의 핵심 투자자들이라는 점에서 그 동안 실리콘밸리 지역에 집중됐던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가 앞으로 중국은 물론 일본·인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이날 토론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가장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사람은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아시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벤처캐피털회사 왈덴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는 탄 립부 회장이다.

그는 아시아 지역이 전문 경영인이 부족한 데다가 이질적인 문화와 규제의 장벽 등으로 여전해 외국 투자자들이 활동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지만, 최근 미국 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시장인 아시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탄 립부 회장은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으로 전자상거래와 제3세대(3G) 이동통신분야를 꼽았다.

중국인 출신 CEO로 실리콘밸리에서 GRIC커뮤니케이션스를 설립해 나스닥에 첫 상장시켰던 홍첸 사장은 그 동안의 다양한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10여년 동안 중국에 설립되는 벤처기업 중에서 주식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회사만도 100여개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변호사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조엘 켈만 사장(그래나이트글로벌벤처스)도 『중국 대륙은 현재 벤처투자의 천국이 되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의 4개 기업에 투자했는데 현재까지는 모두 잘 굴러가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한편 이들은 중국 투자의 걸림돌로 투자회사를 다른 회사에 피인수·합병하는 등 중국내에서 전략적인 협력 파트너를 찾기 어려운 데다가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아직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최근 만성적인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투자 분위기가 위축돼 있지만 NTT도코모의 「i모드」로 대표되는 이동통신용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일부 정보기술(IT)분야 벤처투자는 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97년부터 일본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Q아시아퍼시픽」 CFO를 맡고 있는 푸르비 간디 부사장은 『일본에서는 우선 투자절차가 간단할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등 전략적인 협력 파트너를 찾거나 회사를 마더스(제3시장)에 상장하는 등 자본시장이 잘 발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97년부터 일본 14개 벤처기업에 총 1억5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올해안에 NTT도코모 「i모드」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액세스테크놀로지 등 2, 3개 업체만 마더스에 상장해도 투자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이밖에 인도를 투자유망 지역으로 꼽는 투자자도 상당수에 달했다. 특히 베어링투자조합의 롤 베이신 사장은 미국 나스닥이 지난주 방갈로르에 사무실을 낸 것을 예로 들어 인도에는 유망 벤처기업이 널려 있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베이신 사장은 지금까지 자신이 투자한 10여개 인도 벤처업체 중에 적자를 낸 곳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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