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종합통신사업자 누구인가-정통부업무보고 구조조정 수면위로

「제3의 종합통신사업자는 과연 누구일까.」

정보통신부가 19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3개 유무선 종합정보통신사업자를 축으로 한 구조조정 유도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미 2개의 종합통신사업자로 자리를 굳힌 한국통신과 SK텔레콤 외의 제3의 사업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8년 부즈알렌 보고서에서 최초로 언급된 통신시장 3강 체제는 그간 정부의 내부 정책기조로 자리잡으면서 IMT2000사업자 선정을 통해 실현 방안이 추진돼왔지만 한 번도 공식화되지 않았던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게다가 대통령 업무보고의 특성상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사전조율을 거친다는 점에서 정통부의 통신산업 3강 유도정책은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볼 수 있어 IMT2000 동기사업자 선정과 맞물려 자칫 대대적인 회오리가 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인지도·맨파워·자금력·시장점유율 등 모든 면에서 통신 3강의 당연한 한 축으로 인정받는 LG의 향배다. 통신시장 유일의 독립변수라 할 수 있는 LG의 선택을 무시한 구조조정은 「판」 자체를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이제부터 최고난도 방정식 풀이에 돌입하게 됐다.

물론 LG에 비동기사업권을 내주면 가장 자연스런 3강 정립 구조조정이 이뤄지겠지만 LG의 버티기 강도가 예상외로 커 하나로통신을 매개로 한 간접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또 업무보고 내용 가운데 동기식사업자 선정과 관련, 「3월 중순을 목표로 최대한의 노력 경주」라는 보기에 따라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구가 삽입돼 구구한 억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통부의 현실인식 ● 한국통신(KT)와 SK텔레콤(SKT)를 제외한 나머지 통신주자들은 과잉투자·수익성 악화 등 한계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외전화와 이동전화는 물론 급성장 추세인 초고속인터넷사업조차 마찬가지란 것이 정통부의 인식이다.

실제로 대표적 후발사업자들의 부채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정통부는 파악한다. 수익성이 극한까지 몰려가고 있는 시외전화의 경우 원가보상률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데이콤의 시외전화 원가보상률은 지난 97년 83%에서 99에는 61.9%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정통부의 분석이다. 그나마 KT·SKT·LG간 경쟁이 유지되던 이동전화 시장마저 IMT2000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LG의 사업 포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통부는 현재의 통신사업자 경쟁구도를 「유선사업 분야는 한국통신의 독점, 무선사업 분야는 SK텔레콤·KT의 균점, 일부 사업부문은 과당경쟁 및 경쟁부족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안개 속의 제3사업자 ● 정통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LG(LG텔레콤·데이콤)·하나로통신·두루넷·드림라인·파워콤 등 국내 통신시장의 「마이너리티」를 연계, KT·SKT와 필적하는 종합통신사업자 그룹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키를 쥐고 있는 LG가 여전히 오불관언의 자세를 고수하고 있고 최근에는 포철 진입설까지 제기됐다.

현실성은 없지만 마이너리티군에 속하는 통신사업자 스스로 합병 선언을 통해 거대 통신그룹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잠재적 예비주자인 포항제철의 전격적 통신시장 참여와 외국 거대 통신사업자의 직접 진출을 통한 제3 사업자 등장도 상정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저향과 반발이 예고된다.

LG의 통신사업 재추진은 가장 무리 없이 구조조정을 이뤄낼 카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현정부의 정책기조를 정면으로 뒤집어야(동기사업자 선정 포기, 비동기 전환)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당장에는 쉽지 않은 해법이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IMT2000사업권을 전제로 하나로통신을 매개로 한 구조조정 방안이 거론된다. 하나로통신이 사업권의 최대주주가 아닌 주요 주주로서 LG와의 연계, 협력에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 LG 중심축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미묘한 뉘앙스 동기사업자 ● 이번 보고내용 중 「3월 중순 선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모은다. 정통부 정책진들은 그간 「선정한다」는 단정적 표현을 즐겨왔다. 뉘앙스에서 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보고자료다. 정통부는 펄쩍 뛰지만 이 대목을 동기사업자 무산, 3월 이후 사업자 재선정 과정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무튼 정부가 의도하는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첫 단추는 3월 말로 예정된 동기식 IMT2000사업자 선정에서 나타나게 되고 출연금 삭감, LG의 참여 여부 등 잠복된 핵심이슈들도 그때 가서야 일부분이나마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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