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뚜껑이 열린 한국통신 지분 국내 매각 결과는 충격적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대한민국 최우량기업으로 손꼽히는 한국통신의 지분을 내다 파는 일인데도 투자자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더우기 한국통신을 둘러싼 최근의 경영 환경이 어느 때보다 낙관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이처럼 반응한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는 흑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현정부 양대 이권사업으로 불리는 IMT2000과 위성방송사업권을 한손에 거머쥐었다. 「경영의 귀재」라는 이상철 사장이 취임했고 시장 지배력은 「공룡」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비대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치열한 지분경쟁이 예상될 법도 한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국통신의 민영화 계획 입안에서부터 시행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정부의 무리한 「욕심」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통신이나 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은 민영화 일정은 준수하되 지분매각 시기는 자금시장 여건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 일각, 예컨데 기획예산처 등은 정부가 국내외에 천명한 민영화 일정을 이런 저런 이유로 늦출 수는 없고 자칫 민영화 정책 의지마저 의심받는 상태로 몰릴 것을 우려했다. 이같은 논리에는 정통부와 한국통신도 동의, 국내 매각이 강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정책 의지는 실현돼야 하지만 그것도 국민정서와 시기를 가려 추진해야 한다. 정치도 그렇고 기업의 시장경쟁도 그렇고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통신의 지배구조조차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시장의 체력도 고려하지 않은 채 강행한 지분매각이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나타난 것은 당연하다. 「돈」은 불투명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한통 민영화는 일관되게 추진돼야 하지만 제값을 받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 가뜩이나 국부유출론이 제기되고 있는 판인 만큼 앞뒤를 재는 민영화가 요구된다. 정부의 한통 지분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재산이다.
<정보통신부·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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