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93) 벤처기업

政經癒着<29>

김성길 의원은 이제 팔순이 된 고령이었지만 매일 당사에 나온다고 하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중년의 여자 비서가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다시 방 하나를 거치자 그 안에 김성길 명예총재가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김성길 명예총재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어서 오게, 최 회장. 오래간 만에 보는구먼.』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원, 천만에. 바쁠 텐데 이 늙은이를 자주 찾아와서 쓰겠나. 젊은이는 항상 바빠야 해. 바쁘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야. 잠깐 앉게.』

홍석천과 나는 노인이 앉아 있는 맞은 편 소파에 가서 나란히 앉았다. 그는 신문을 탁자 위에 놓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언론이 너무 앞질러 가서 탈이야. 세상 사람들이 어지간한 말에도 놀라지 않으니 과장되게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언론이 이래서야 쓰나. 팔에 상처가 나면 죽을 지경이라고 말하고, 다리가 부러졌으면 아주 죽었다고 말하는 판이야.』

우리는 잠자코 앉아 있었다.

『홍 의원 말을 들으니까 정치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진심인가?』

『네, 저는 감당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사람이 없어. 그건 자네도 알고 있잖은가. 자네 같은 젊은이가 나서야 해. 이제 우리는 늙었어. 자네가 우리들의 희망이 되어 줄 수 없겠는가? 우리의 꿈나무가 되어 줄 수 있겠나?』

『전 아직 나이도 어리고 아는 게 없습니다.』

『내가 자네 나이 때 대통령 출마를 했네. 자네가 왜 어린가. 그런 생각은 말게. 정치는 늙은이들만이 하는 것은 아니야. 자네같이 사십대 중반이 가장 활발하게 뛰어야 하는 곳이 정가일세. 우리나라 정치도 세대 교체가 일어나야 해. 젊어져야 해. 기업만이 젊은이들이 나서서 하는 것은 아닐세. 정치도 벤처기업같이 젊은 세대가 혁신을 해야 하네. 벌써 늦었어. 그러니 자네 같은 사람들이 나와야 해.』

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그가 나를 부른다는 말을 듣고 이미 결심을 굳히기는 했지만, 그가 꿈나무라는 용어를 쓰면서까지 추천해 주는데 사양할 수 없었다. 그가 다음 말을 이었을 때 나는 마치 알코올에 취한 사람처럼 약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최 회장, 우리의 꿈나무가 되어 주게. 우리가 살아서 보든 보지 못하든, 자네는 훗날 대선에 도전하는 야심을 가져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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