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나오고 나서부터 우리 아이들의 글씨체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펜글씨 연습을 하는 학생은 이젠 머리가 좀 이상한 아이로 취급받는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거의 모든 나라의 학부모들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런 논란이 『빌 게이츠가 수천년 역사의 한자문화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워드프로세서 망국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글씨체가 좀 세련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글자 자체를 쓰지 못하는 젊은층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광시 지역에서 20세 이상의 젊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받아쓰기 능력 평가 결과 5년 전보다 평균점수가 무려 60% 정도 낮아졌다. 이 평가에 참여했던 광시의 한 컴퓨터 교사는 『요즘은 업무의 95%이상을 워드프로세서로 처리하기 때문에 손으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가끔 너무 쉬운 글자들도 직접 손으로 쓰려고 하면 머릿속에서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서 이런 필맹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중국어 워드프로세서의 독특한 구조를 들고 있다. 중국어를 컴퓨터로 입력하기 위해서 수만개의 글자를 모두 키보드에 지정해 놓을 수 없으므로 알파벳으로 일단 발음을 입력하면 컴퓨터 화면에 해당 글자들이 뜨고 이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한자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알맞은 글자를 눈으로 구별할 수만 있으면 문서 작성에 무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수많은 민족과 다양한 언어가 섞여 있는 중국을 하나로 묶는 힘은 바로 동일한 글자체계였다』며 『대만이 분리된 후 대만에서 사용되는 글자들이 본토와 달라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우려 섞인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젊은층들은 『정보사회에서는 「컴맹」보다 「필맹」이 낫지 않느냐』며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 대학생은 『처음에 전자계산기가 등장했을 때도 그 물건이 인간의 계산능력을 마비시킬 거라는 걱정이 있었다』며 필맹 문제 역시 그리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영 컨설턴트인 주오리웨이는 『문자의 본질적인 기능은 유식함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며 『나는 늘 노트북을 들고 다니므로 손으로 글씨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런 필맹 문제는 최근 미국에서도 급속히 번지는 문제 중 하나다. 워드프로세서의 스펠링 체크 기능으로 인해 정확한 스펠링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철자법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바루흐 대학 중국어 학과의 주룽 교수는 『앞으로 모든 교실에 컴퓨터가 보급되고 이를 통한 교육이 일반화되면 복잡한 단어의 철자를 모르는 학생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며 아무리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도 필요한 경우 사전을 뒤적이는 것을 마치 전화번호부를 뒤지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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