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자동차와 인터넷, 역사는 반복된다

다산인터네트 남민우 사장 namⓐda-san.com

외국인 친구들이 서울 거리를 보면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의 99% 이상이 국산 자동차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은 뭔가 이상한 나라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찾으려 노력한다. 골목에 외제차를 세워두면 누군가 흠집을 낸다든가 하는 식의 한국인의 극단적인 국수주의를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어느 사회에나 극단주의자들은 있기 마련이고 어쩌다 예외적으로 외제차 혐오증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그것이 두려워서 외제차를 구매 못할 정도는 아니다. 국산차를 몰고 다니는 대부분의 경우는 비싼 외제차를 살 만한 여유가 안되거나 이왕이면 애국하는 셈치고 국산차를 사주거나 국산차가 탈 만하니까 사는 것이다. 그것은 자동차가 한국에 도입된 후 국산화 노력을 꾸준히 해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자동차업체의 노력의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아무리 한국에 애국자들이 많다고 해도 국산 자동차가 십리도 못가서 고장이 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 누가 국산차를 사겠는가. 국산차의 품질이 그것밖에 안된다면 아마 서울 거리의 대부분엔 외제차가 달리고 있을 것이다.

같은 시각에서 인터넷시대의 인프라인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바라보자. 인터넷이란 것부터 그 기간 장비인 라우터와 스위치 모두 선진 외국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그것을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초기에 네트워크 장비들이 전부 수입품이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국내에 네트워크산업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국산 장비 시장점유율이 10%에도 못미치는 등 자동차산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런 원인은 우선 대기업들의 네트워크 장비사업 실패를 들 수 있다. 몇몇 대기업들이 수천억원의 개발비를 쏟아부으며 라우터와 스위치의 국산화를 시도했지만 시장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나는 그 원인을 네트워크 제품의 특성이 한국의 대기업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찾아본다. 네트워크 장비는 생산 능력보다는 개발 능력에서 승부가 나고 특히 제품 주기가 짧고 대량 소품종이 아닌 소량 다품종이 특성이다. 대량 생산에 익숙한 한국 대기업의 체질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제품인 것이다.

국산화 노력의 결여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네트워크 장비를 국산화 개발해 생산하는 업체보다 외국산 장비를 들여다 파는 업체가 열 배 이상 많다. 외산 장비 취급 회사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살아가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뭔가가 안되니까 개발보다는 수입 판매를 선호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 이유가 뭘까 연구해야만 하고 그런 진지함 속에서 돌파구가 찾아질 것으로 믿고 있다. 세계화 물결을 핑계로 쉬운 길만 가려는 외산 논리가 자동차 국산화 개발 시대에서 보였던 땀 흘리는 국산화 논리를 억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할 일이다.

다행히도 아직은 네트워크 장비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많다. 혹자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비유한다. 포항제철이 포항 바닷가에 제철소를 세우고, 현대가 울산 벌판에 포니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마북리에 연구소를 세워 국산 엔진을 개발할 때, 그리고 삼성이 기흥에 메모리 공장을 세울 때, 누가 오늘날의 성공신화를 믿었던가. 역사는 여전히 반복된다. 인터넷시대에는 네트워크 장비 국산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선배 기업들의 그 뜨거운 땀의 결과를 우리가 축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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