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에게 듣는다>5회-김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회장

『벤처산업이 발전을 하기 위해선 우선 벤처 자금이 물 흐르듯 벤처기업으로 유입돼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코스닥시장이 불안하고 벤처캐피털만 등록후 주식매각제한(일명 로크업시스템)이란 차별적인 규제를 받아 벤처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 김영준 회장(LG벤처투자 사장)은 『증권·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은 배제한 채 벤처캐피털만 로크업을 적용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이것이 업계 최대 현안인 만큼 이의 철폐 및 완화, 혹은 다른 기관투자가들과의 공평한 적용이 관철될 수 있도록 올해 협회의 최대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로크업 문제가 그동안 관계기관이나 언론에서 줄기차게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관계부처의 벤처캐피털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출발한다』며 『이 문제가 벤처투자 활성화 및 벤처 재도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올해 어떤 식으로든 해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VCA가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할 또 하나의 사업은 코스닥시장 재편. 코스닥시장의 독립이 일반 투자자는 물론 벤처기업 등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며 국내 주식시장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코스닥시장은 한국 벤처 재도약의 열쇠란 점에서 건전한 발전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벤처캐피털의 글로벌화 부분도 김 회장이 많이 신경쓰고 있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이에 따라 『올해안으로 「아시안벤처캐피털연맹」 설립을 주도하고 유럽 및 미주지역 벤처캐피털과도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 선진 벤처캐피털시스템 접목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는 향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견인차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같은 역할 수행을 위해 벤처캐피털들도 내적 충실을 기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봅니다.』 김 회장은 바람직한 벤처문화의 형성을 위해서 올해 벤처캐피털들의 도덕성 제고와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에도 역점을 둘 생각이다.

그러나 그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벤처캐피털 산업이 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 최소한의 사후관리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벤처캐피털의 활동을 제약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원칙을 세우고 인내하며 지켜보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벤처산업의 기반을 다시 한번 정비하는 것입니다. 벤처캐피털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이나 규제를 리뷰해 과연 벤처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종 제도가 적절히 적용되고 있는지 꼼꼼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

미입니다.』

김 회장은 『정부가 벤처 육성을 위해 지나치게 혜택을 주다보니 모럴해저드 현상과 대박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관련 제도를 되짚어 보고 적당치 않거나 불공평한 부분을 시정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벤처기업들 스스로 주력사업을 제쳐두고 비관련 분야에 투자하거나 경쟁력없는 부문에 문어발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은 두개의 수레바퀴와 같아 한쪽이 비뚤어지면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습니다. 즉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은 본업에 충실할 때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99년 제2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에 취임, 임기 마지막해를 맞은 김영준장.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어느 해보다 의욕적인 활동을 준비하

고 있는 그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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