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블루투스로 가는 길목

◆정복남 부국장대우 정보통신부장







벨에 의해 100년전에 등장한 전화(telephone)는 당시 기적과 같은 상품으로 인식됐다. 단지 유선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는 무선이 등장하면서 경이로 전환됐다. 편리하다고 생각했던 유선전화가 휴대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이동전화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동전화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함으로써 일상생활과 비즈니스 패턴에 큰 변화를 주게 됐다.







그렇다면 무선컴퓨터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동전화의 등장 때 그랬던 것처럼 컴퓨터 환경뿐 아니라 컴퓨터가 사용되는 모든 분야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게 분명하다. 컴퓨터의 무선화를 실현하는 기술로는 현재 적외선방식인 IrDA가 주목받고 있으며 올해를 기점으로 블루투스(Bluetooth)가 이를 대체하면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루투스란 10세기경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했던 바이킹의 후예 해럴드 블루투스라는 인물에서 따온 명칭으로 전해진다. 즉 서로 다른 통신기기들을 통합해 단일장비로 모든 통신환경에 접속하도록하자는 개념에서 도입한 것이다. 이 블루투스는 지난 94년 스웨덴 에릭슨의 이동통신그룹이 휴대폰과 주변기기 사이의 소비전력이 낮고 가격이 싼 무선인터페이스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기술개발의 효시다. 이후 98년 2월 에릭슨을 비롯해 IBM, 인텔, 노키아, 도시바 등 5개사가 결성한 블루투스SIG에 의해 처음 제안되기에 이르렀다.







블루투스의 세력은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됐다. 가정이나 사무실 내에 있는 컴퓨터, 프린터, 이동전화단말기,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정보통신기기는 물론 디지털 가전기기까지 유선 접속장치 없이 무선으로 연결해주는 근거리 무선네트워킹 기술규격이라는 점이 세계의 정보통신업체들로부터 환영받았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는 개발에 따른 로열티나 라이선스 비용이 신제품 개발에 장애가 됐으나 블루투스는 개방된 규격 즉 프리로열티라는 점도 크게 작용해 현재 세계적으로 1600여개 회사들이 블루투스SIG와 협력을 맺고 이의 관련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화려하게 포장된 블루투스가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 세계표준전쟁에서 위너의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의 동향으로만 보면 긍정적인 견해가 우세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술에 관한 한 뒤따라가야 할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떠한가. 우선 시장이 확실히 열릴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현재 차세대 근거리 무선통신의 대표기술로 꼽히고 있는 IrDA, 무선LAN(IEEE802.11), SWAP(Shared Wireless Access Protocol) 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선진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에 의해 독식되고 말 시장에 뒷북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도 지적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블루투스의 핵심기술인 베이스밴드, 고주파, 운영SW 등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5개도 채 안된다. 이같은 구조는 현재의 CPU시장처럼 이 시장이 특정업체의 전유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와함께 블루투스SIG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회사가 여기에 동조하지 않고 모양새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등이 걱정하는 요소의 핵심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블루투스에 대해 이의 응용기기시장이 지난해 365만대에서 2005년에는 약 7억대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른 세계적인 조사기관들도 이와 유사한 시장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블루투스 보급의 걸림돌이었던 칩 가격도 20달러 내외에서 10달러대로 떨어졌다. 특히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응용기술개발에 협력하고 에릭슨과 루슨트가 공동보조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시장대응에 발빠른 일본의 미쓰비시나 알프스전기 등 유명 부품업체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블루투스 부품생산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세계시장은 현재 급속히 블루투스 물결에 휩쓸리기 시작했으며 올해가 블루투스의 원년이 될 게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우리는 IT산업에서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항상 신기술에 대한 세계표준을 만들어가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대응해 왔다. 블루투스가 세계표준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다음 대응한다는 자세는 이미 기회를 빼앗긴 후가 될 것이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블루투스는 개발된 지 2∼3년 밖에 되지 않은 신기술이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CDMA분야에서 우리가 세계표준을 좌지우지했던 것처럼 지금부터라도 힘을 합쳐 블루투스에서도 세계시장을 리드해 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