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위성방송사업자가 발표되면서 한국통신은 명실공히 국내 최대 종합통신사업자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금도 「공룡」으로 불리는 한국통신은 현 정권의 최대 이권사업으로 간주되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과 위성방송사업권을 동시에 거머쥐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한국통신의 올해 외형은 대략 10조5000억원, 당기순이익만 1조4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전화국 등을 포함, 보유자산만 23조원을 상회하는 거대기업이다. 이 정도면 지금 당장이라도 재계 랭킹 5위급의 재벌이다.
만약 한국통신이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라도 이처럼 엄청난 이권을 한손에 쥘 수 있었을까. 삼성·LG·SK에 이같은 사업권이 한꺼번에 돌아갔다면 모르긴 몰라도 재계차원의 반발, 언론의 특혜시비 등이 봇물처럼 터졌을 것이다.
한국통신이 비록 한국의 대표통신사업자이고 따라서 외국 거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하더라도 이번 양대 사업건 향배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힘의 쏠림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는 점에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라는 세계적 기술추세를 감안할 때 내수시장은 이미 한국통신 독점체제로 회귀한 것이나 다름없다. SK텔레콤이 맞서고 있지만 시장 전체의 지배력은 역부족이다.
게다가 한국통신은 민영화를 추진중이다. 양대 사업권을 따냄으로써 대주주인 정부는 한통의 기업가치 제고로 해외 지분 매각시 더 많은 수입을 보장받게 됐지만 시장에서는 경쟁의 룰이 무의미해지는 반대급부를 각오해야 한다.
오는 2002년 완전 민영화 때도 과연 이 어마어마한 「공룡」을 누가 인수할 것인지 선뜻 예상이 되지 않는다. 한통을 인수하는 기업은 곧바로 재계 1위의 재벌로 올라서기 때문에 온갖 특혜의 소용돌이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4대 재벌을 제외한 여타 기업에 지분을 넘기겠다고 강조해도 현실적으로 이를 넘겨받을 만한 기업은 이들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고, 설사 중견기업에 돌아간다 해도 그 기업은 단번에 재계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공룡」 한국통신의 무한팽창은 현 정부의 국정지표 가운데 하나인 「부와 경제력 집중 완화」와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통 노조는 구조조정 및 민영화 반대, 급식비 인상을 내걸고 파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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