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 이동전화망 통합시대>중-그랜드로밍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진다.」

가입자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이동전화사업자에게는 골치아픈 일이다. 투자비가

그만큼 많이 들어가야 한다. 하루에 수십여대의 차량만이 지나는 국도변. 이곳에도 기지국은 있다. 기지국 모두가 사업자에게는 알토란 같은 종잣돈이다.

그러나 문제는 통화량. 이곳에서는 하루종일 10여명의 가입자만이 이동전화를 이용할 뿐이다. 하루 통화료는 1000원에 불과하다. 토지임대료, 시스템 냉난방비, 전기값, 전용회선값조차 안나온다. 여기에 기지국을 관리하는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한심한 수준이다. 물론 대도시 통화다발지역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려 이를 보상받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아까운 돈이다.

국내 이동전화기지국은 사업자마다 2000개에서 4000여개 정도. 800㎒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보다 1.8㎓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PCS사업자의 기지국 숫자가 많다. 낮은 주파수대역의 전파가 더 멀리 가기 때문이다. 이런 주파수 특성 때문에 PCS사업자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SK텔레콤, 신세기통신보다 기지국을 더 많이 설치해야 경쟁이 가능하다.

여기에 각종 중계기까지 포함하면 사업자마다 3만여개 정도의 전파관련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비용으로 따지더라도 연간 수천억원이 기지국 설치·관리비용으로 들어간다.

사업자들이 기지국을 공유하는 그랜드 로밍(grand roaming)에 애착을 갖는 것도 다 돈 때문이다. 기지국 증가는 이동전화사업자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철탑 건설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 외산장비 도입에 따른 국부누출도 크다.

국내 이동전화 5개사는 99년부터 올 5월까지 1년여 동안 9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SK텔레콤 4조7000억원, 신세기통신 2조5000억원, PCS3사 2조500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외국산 장비도입, 로열티만으로도 수조원이 나갔다. 그래서 그랜드 로밍은 필요하다.

그랜드 로밍의 원조는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구 한솔엠닷컴). 지난 98년부터 프리텔은 강원·영남·경기·제주지역에서 1391식을, 한통엠닷컴은 충청·호남지역 780식에 대해 기지국을 나눠 지금까지 사용해왔다. 급기야 한통엠닷컴은 한국통신에 매각됐다. 망통합이 회사통합을 앞서간 경우다. 이들은 통합에 대비, 전국적인 망통합을 준비중이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그랜드 로밍도 실시된다. 이들 두 회사가 보유한 기지국 숫자는 5000여개. 상대적으로 서비스 커버리지가 좁았던 신세기통신은 SK텔레콤 수준으로 서비스 권역이 넓어지게 됐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과 중복된 지역의 기지국을 정리, 서비스 환경이 나쁜 곳에 설치해 최고의 통화품질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LG텔레콤은 최근 PCS3사가 모두 참여하는 그랜드 로밍을 주장하고 있다. 둘보다는 셋이 망통합을 했을 때 효과가 높다는 것이 019의 논리다. 통합방법은 IS95C서비스나 현재 사용중인 IS95A, B망을 함께 사용하는 것. 그러나 한통프리텔이 덤덤한 반응이어서 그랜드 로밍은 아직까지 미지수다.

망통합 효과는 대단하다. SK텔레콤이 IS95A·B망 구축에 들어간 4조3000억원,

IS95C망 구축에 들어갈 1조4000억원 중 수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은 PCS사업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랜드 로밍의 관건은 망통합 비용산정, 기술개발, 사업자 이해관계에 달렸다. 그랜드 로밍이 현실화되려면 가입자에게 단말기 SW를 업그레이드 해줘야 한다. 가입자당 5000원이 들어간다. 이뿐만 아니다. 여기에 기지국 보드 교환작업,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기지국 재배치 등의 작업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 불필요한 소비자 민원에 시달릴 수도 있다. 기지국 장비의 호환성 문제 해결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의 견제심리. 그랜드 로밍이 사업자 모두가 살 수 있는 윈윈전략으로 이해하기보다 다른 사업자의 이득이 더 크다는 견제심리가 그랜드 로밍의 걸림돌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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