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문>인류는 타고난 장사꾼이다

이인식 저 「21세기를 지배하는 키워드」중

『가령, 당신과 친구가 범죄 혐의로 함께 체포돼 각자 다른 감방에 갇혀 있다고 하자. 검사가 두 사람에게 똑같은 제안을 한다.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정황증거가 충분하므로 모두 2년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유죄를 자백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친구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기 쉽도록 협조한다면 당신을 무죄로 풀어주겠다. 보복은 두려워 말라. 친구는 5년을 감옥에서 썩을테니까. 하지만 둘 다 유죄를 인정하면 똑같이 4년을 선고받게 될 것이다.」

자,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언뜻 보아 유죄인정이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친구 역시 유죄인정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석방되기는커녕 4년형을 받아 무죄주장을 했을 때보다 2년 더 옥살이를 하게 된다. 이기적 행위로 친구를 배반했기 때문에 둘 다 손해를 본 것이다.』

메모: 빈 고동껍데기 속에 사는 집게는 말미잘을 등에 짊어지고 사는데, 집게는 음식물 찌꺼기를 말미잘에게 주고 말미잘은 독이 있는 촉수로써 게를 보호해준다. 이것이 「네가 나의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너의 등을 긁어준다」는 식의 호혜적 행동에 기초한 「상호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다. 호혜주의 정신은 거래·교환·분업·양보·의무·은혜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나타난다. 인간은 유일무이하게 인간끼리 상호 이타주의에 익숙한 존재들이다. 더불어 잘살 줄 아는 지혜를 가진 동물인 것이다.

<서현진논설위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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