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커런트]온라인 약국이 다가온다

◆국내에서도 미국·캐나다·프랑스처럼 의약분업제도가 도입됐다. 병원은 환자에게 처방전을 내려주고 환자가 이를 약국에 제출해 필요한 약을 구입하는 분업제도는 의료계와 약학계간에 치열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논란속에서도 의약분업이 실시됨에 따라 여러가지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약국의 현실화도 그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온라인 약국은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처방전을 약국의 웹사이트에 등록시키면 약을 배달해 주는 것으로 의약분업이 도입되지 않으면 현실성을 갖지 못한다. 오래전부터 의약분업을 실시해 오고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약국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해 최근 들어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 기획하는 「EC커런트」 여섯번째 이야기는 21세기 새로운 닷컴사업으로 각광받을 온라인 약국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온라인 약국의 부상

미국은 현재 모든 의약품이 처방약(1만3000여종)과 비처방약(30만여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 중 처방약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국에서 조제가 가능하며 비처방약은 약국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에서도 자유롭게 판매 및 구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환자의 진료를 요하는 의약품을 구입할 경우 처방전을 반드시 약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약국을 찾은 환자는 굳이 약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거나 점검받을 필요 없이 처방전을 제출하는 것으로 필요한 약을 조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포레스터리서치가 3000여명의 미국 인터넷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가 인터넷을 통해 의약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으며 이 중 70%가 구매결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향후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은 9%에 달해 앞으로 온라인 약국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람들은 동네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약을 주문할 수 있고 약국에서 약이 조제되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온라인 약국을 찾는다.

또한 온라인 약국은 사업자 측면에서도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동네 약국을 가보면 진열대 최상단에 먼지가 쌓인 채 손님의 손길을 하염 없이 기다리는 약상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약국은 주문현황에 따라 정확한 수량을 준비할 수 있으므로 재고가 쌓여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인접 지역만을 상대로 사업을 벌이는 기존 오프라인 약국에 비해 웬만한 도시 전체를 상대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수익이 보장된다.

◇온라인 약국의 걸림돌

온라인 약국이 여러가지 이점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온라인 약국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기존 습관에 따라 오프라인의 약국을 찾는 것은 제쳐두더라도 배달비용 부담, 전자상거래시 보안에 대한 불안감, 배달기간 소요, 보험혜택을 못받는 점 등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배달비용이 추가되고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온라인 거래의 장점 중 하나인 저렴한 가격의 빛이 바래고 온라인 구매과정에서 신용카드정보와 개인 병력(病歷) 누출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제기돼 거래를 꺼리게 되는 것은 큰 문제다. 또한 하루 내지 이틀의 배달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급한 약품의 경우 온라인 약국을 통한 구매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은 하루빨리 해결돼야 할 사안이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온라인 약국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한몫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온오프라인에 걸친 다양한 협력관계 구축

처방약의 경우 보험업체가 대금을 지불 또는 지원하는 경우는 전체의 80%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 온라인 약국 중 보헙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를 지원하는 곳은 드물다. 따라서 온라인 약국은 오프라인의 약국처럼 보험업체와 공조 시스템을 구축해 구매자들이 약품을 구입할 때 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 의료진들과의 협조도 필요하다.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받은 환자가 복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 온라인 약국은 병원측과 연락을 취해 환자에게 알맞는 새로운 약을 조제해주거나 복용방법을 변경시켜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세 번 복용하던 것을 두 번으로 줄이거나 정제로 된 약을 액체 성분으로 바꿔주는 것 등이다. 병원측과 협력관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면 이러한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온라인 약국은 소프트웨어업체와의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처방전을 접수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는 e스크립트(http://www.escript.com), 프록시메드(http://www.proxymed.co) 등의 온라인 처방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있으며 온라인 약국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적당한 애플리케이션을 공급받기 위해 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구매는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만이 장점은 아니다. 온라인 약국을 단순히 약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만든다면 고객은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처방전을 받고도 약을 조제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환자의 약품 구입 취소로 미국의 의약계는 한해 250억달러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또한 처방전을 받은 환자의 경우 절반 가량이 처방전에 지시된 대로 약을 복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레스터는 온라인 약국이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환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2004년에는 13억달러 가량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온라인 약국이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서비스는 환자 관리 서비스다. 인터넷을 통해 약을 구입한 환자의 병력을 파악해 복용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인지시키고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는 서비스 제공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온라인 약국으로 향하게 할 것이다.

또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구입한 약이 다 떨어질 때를 파악하여 e메일로 연락을 취해 환자에게 미리 약을 구입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도 중요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온라인 약국은 기존 고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에 몇 번씩 일정시간에 맞춰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휴대폰, 호출기,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을 통해 복용 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러한 서비스는 바쁜 일정으로 제때 약을 복용하지 못해 복용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환영을 받을 것이다.

◇온라인 약국 성공 지침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하라.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약국은 매일 찾지 않지만 인터넷은 매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약국을 이용하는 사람은 인터넷을 즐기는 네티즌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인기 포털사이트에 온라인 약국의 사이트를 링크시킨다면 많은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구매자가 인터넷에 접속해 있을 때 인스턴트메신저의 형태로 복용 시간이나 재구입 시기,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고객을 유치하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다.

-보안은 생명이다.

모든 전자상거래에 있어 예외없이 중요한 것은 거래과정에서의 보안이다.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소비자에게는 신용카드정보와 은행계좌번호 등의 누출 위험이 항상 따른다.

하지만 온라인 약품 구매에는 한가지 더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개인의 병력에 관한 기록이다.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의 기록이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하는 환자는 아무도 없다.

온라인 약국은 이 점을 명심하여 상거래 정보는 물론 환자의 병력에 관한 내용이 절대로 누출되지 않도록 보안강화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판매업체 이미지에서 벗어나라.

사람들은 몸에 특별한 이상이 있어야 병원을 찾고 약국을 찾는다. 약국 입장에서는 세상에 「환자」가 많아져야 수익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수익증대를 위해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나빠지기를 바랄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건강한 사람도 온라인 약국을 찾도록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다.

종합 건강사이트의 성격을 가미해 네티즌들이 온라인 약국에 들러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면 치료가 아닌 건강유지를 위한 약품 구매도 유도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매출도 증가할 것이다.

다시말해 온라인 약국은 「소매상」에서 벗어나 「건강정보 서비스업체」로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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