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LG그룹 임원들이 한 여름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경험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이달 월급 봉투를 받아들면서 최근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임원 직급 조정의 여파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임원 직급을 단순화, 사장-부사장-상무의 3단계로 간소화했다. 이사대우, 이사는 자동적으로 한두단계 뛰어 상무로 통일됐고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격됐다. 물론 현 상무들은 직급이 그대로다.
기존 정식 상무들이야 다소 불쾌하겠지만 이사대우나 이사들은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상무로 통일된 이사대우, 이사급은 당장 급여가 크게 올랐다고 한다. 회사가 상무 급여를 지급한다. 부사장에 오른 전무도 마찬가지다.
물론 연봉제에 따른 성과급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직급이 올라간만큼 생각지 않았던 급여 인상이 뒤따른 대부분의 임원들은 행복한 표정이다. 그래서 떨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른 이유에서 떨고 있다. 직급이 간소화한만큼 내년부터는 전체 임원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룹은 대표이사-사업본부장-사업부장 체계로 임원들을 포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사업본부의 결재라인을 갖지 못한 임원들은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밖에 없어 앞날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룹 측은 부인하지만 직원들은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임원 인사에서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장급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하나의 반응만 보이고 있다. 앞으로 임원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는 푸념이다. 임원 직급이 피라미드형일 때는 이사대우부터 노려볼 만했지만 곧바로 상무가 되는 인사라면 어지간히 능력이 뛰어난 사람 아니고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경쟁사들은 LG그룹 임원들이 비록 기쁜면과 슬픈면 모두를 경험하면서 「떨고 있지만」 임원을 명실공히 셀러리맨의 우상, 「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켜 볼 만한 변화라고 평가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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