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문화산업의 모태가 되는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하 음비게법)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29일까지 예고되는 이번 음비게법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볼 때 디지털 문화 시대에 걸맞은 개정안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음반·비디오·게임 등이 문화 산업으로서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파급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작용 등을 좀더 살펴보고 다듬어야 할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이 성인 오락실의 신설이다. 문화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18세 이상의 성인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성인 오락실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성인들만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관련 산업을 확대하고 청소년 보호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도 불법적인 성인 도박이 횡횡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성인오락실의 신설은 자칫하면 사행성 도박을 합법화하는 쪽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문화부는 이에 대한 입법 취지 설명은 물론 사후 대책 등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급 효과와 부작용이 우려되는 문제임에도 이에 대한 공론화 작업 없이 슬그머니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화부가 성인 오락실의 설치 장소를 제한하고 있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문화부가 성인오락실을 단순히 성인들이 건전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면 성인오락실의 설치 장소를 굳이 관광호텔이나 위락 시설 등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보면 성인 오락실의 허용은 뭔가 의도가 있는 입법이며 경품 제공이라는 형태를 통해 일정 수준의 도박(?)을 허용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경마·경륜과 같은 사행성 오락이 레저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 일정 수준의 사행성을 띤 성인 게임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지적하고 싶다. 겉으로는 건전한 성인 오락의 공간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슬그머니 영상물등급위원회 사행성 게임의 심의 정도를 완화하는 편법으로 사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다.
문화부는 뒤탈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일정 수준의 사행성 게임을 허용하겠다고 공표하고 그 정도와 방법 등을 시민 단체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편이 좀더 낫지 않을까 싶다.
언론의 질타를 받더라도 성인들의 사행성 게임 허용 문제를 과감하게 논의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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