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학내 벤처 창업 열풍

대학가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거의 모든 대학이 「상아탑」이라는 전통의 외피를 훌훌 벗어던지고 인큐베이터(창업준비공간)라는 새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직접 벤처기업 설립에 나서고 있다.

국내 재벌 판도를 뒤흔드는 신흥재벌을 탄생시킨 벤처열풍이 컴퓨터나 영어회화 강좌 등 소극적인 수익사업을 전개해 오던 대학의 문화를 바꾼 것이다.

벤처인력의 산실이 대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캠퍼스에서 시작되는 이러한 변화는 국가의 미래를 밝게 하는 조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비즈니스의 개념을 개인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인터넷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컴퓨터와 네트워크 사용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대학생이나 교수들이 축적해 온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사실 전세계 정보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도 스탠퍼드 등 주변 대학의 우수한 두뇌와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마인드와 연결시킨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교내 벤처창업 열기는 뜨거울수록 좋다.

그뿐 아니라 예비 창업자를 위한 효과적인 훈련시스템이 없는 우리로서는 교내 창업이 전문성과 경영마인드를 기르는 최적의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전문인력 수급이 원활할 뿐 아니라 교내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기술력·마케팅력·경영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그렇다고 모든 교내 벤처 창업자들이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금과 공간이 부족한 교내 창업의 경우 일반 기업보다 더많은 난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국부창출의 원천이 될 이들 벤처기업가가 보다 많이 성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이들 교내 벤처창업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창업지원센터다. 각 대학 교수진을 운영위원으로 두고 있는 이곳은 정부와 외부 투자기관의 자본과 경영기법을 교내 벤처에 연결하고, 창업하려는 벤처기업의 사업 타당성을 심사까지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가 일부 학교를 지정해 교내 벤처기업의 창업지원금을 출연하고, 민간투자자 및 일반 기업들이 이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물론 상아탑 벤처열풍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가 사업 가능성을 충분히 심사하지 않고 벤처기업을 인증하고, 투자의 성격을 무시한 채 투기처럼 투자를 남발하는 것도 벤처거품을 조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투기적 벤처자금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연구활동이다. 비교적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실험실 벤처의 경우 외부 투자기업이나 유사분야 벤처업체에서 자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연구성과를 내기 위한 무리한 연구진행으로 학업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교수창업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대다수 대학이 벤처창업 열풍을 지원하기 위해 교수의 기업대표 겸직이 가능하도록 학칙을 개정하고 있으나 교수가 기업의 대표가 될 경우 과연 정상적인 교수활동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더욱이 기업의 대표는 기업경영에서 나타날 수 있는 법적·재정적 책임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고, 기업이 확장되면 오프라인에서 활동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그 피해를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창업에 나선 교수가 그 기업의 대표가 되려면 아예 휴직을 하거나 기업 경영에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 자문역할이나 사외이사의 형태로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대학내 벤처 창업은 이미 실험실 수준을 넘어섰다. 아카데미즘과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물며 여물어가고 있는 학교기업은 산학협동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를 정도다.

정부 및 대학은 이제 발아되기 시작한 대학 벤처란 새싹이 제대로 성장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과 더불어 관리·감독 체제도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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