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한국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은 6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남북간 통신협력이 급속히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통신협력의 구체적 진행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남북간 통신협력이 「당국간」으로 전개될 경우 한국통신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고, 개별프로젝트 형태로 추진될 때는 온세통신이나 하나로통신 등 민간사업자의 운신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한국통신프리텔 등 이동전화사업자는 우선 남북정상회담 예비 접촉과정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유보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 통신망 현대화 작업에 대한 안건이 나올 경우 다양한 사업참여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북한 통신망 현대화 사업이 추진될 경우 북한 지형 특성상 유선통신망보다는 무선통신망이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K텔레콤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며 『정부의 대북 접촉과정에서 요청이 들어올 경우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텔레콤 역시 『남북경협이 잘돼서 여건이 성숙되면 북한에서 이동통신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통신설비와 단말기 분야에서 꾸준히 작업을 해왔던 현대전자측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평양측에서 요청했던 평양시 일부 지역에 대한 검토 이후에 특별한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으며 『나진·선봉 등의 경제특구에는 이미 홍콩의 통신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 만큼 한국기업들의 경제특구 진출여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모토로라반도체통신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에서 북한지역을 방문하고 경제적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중 지원자를 모았을 때 지원한 바 있다』며 『모토로라는 한국에서 30년 동안 사업을 해왔기에 어렵기는 하겠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북한 진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파수공용통신(TRS)업계 한 관계자는 남북간의 정보통신 교류 전망에 대해 『남북 당국간의 상황은 많이 개선되겠지만 TRS업계 내부의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하고 『현재로서는 디지털TRS서비스의 전국망 구축과 자체 가입자 확대에 모든 역량이 집중돼 투자여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다소 부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정보통신진흥협회 관계자는 『남북간 정보통신 교류의 밑바탕이 될 인프라 측면에서 북한은 남한에 비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향후 북한의 인프라 구축과 망고도화를 위한 남한측 정부·업계의 공동노력 여부가 남북협력이 열매를 맺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컴퓨터업계=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북한특수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컴퓨터업계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원천적으로 북한으로의 반출이 묶여 있는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별다른 기대를 나타내고 있지 않지만 규제가 없는 주변기기나 소프트웨어업체들은 북한 특수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북한은 올들어 여러 대북경협업체와 민간단체를 통해 컴퓨터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의 현지생산이나 반출이 불가능하다. 북한으로의 컴퓨터 반입이나 생산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연계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공산권으로의 컴퓨터 반출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규정인 「바세나르 통제체제」는 민수용과 군수용 등 이중으로 사용이 가능한 물자에 대해서는 엄격히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486급 이상 컴퓨터를 북한에 보내는 것조차 금지된 상황에서 이를 북한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요원한 일이다. 또 국내는 물론 세계 PC시장을 펜티엄Ⅲ를 탑재한 고성능PC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생산설비조차 없는 국내 업계에서는 단순히 북한시장만을 겨냥해 386급 컴퓨터를 생산한다는 것도 무리다.
북한에 가장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멀티캡도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더라도 현재의 상황과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PC에 기본적으로 장착되는 주변기기나 소프트웨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98년 10월부터 모니터용 인쇄회로기판을 북한에서 위탁가공하고 있는 IMRI는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현지에서의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완영 IMRI 회장은 특히 『IMRI의 경우 북한을 단순임가공기지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전과 함께 북한에서 직접 현지인력을 교육시켜 생산하고 있어 북한측의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사업교류가 본격화하면 사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PC용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매우 반기고 있다. 아직 북한의 컴퓨터 환경은 베일에 가려 있지만 현재 북한에는 학교를 중심으로 적지않은 수의 PC가 보급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무용 소프트웨어나 그래픽 프로그램, 웹 에디터처럼 PC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사업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글과컴퓨터의 관계자는 『이미 북한은 「창덕」이라는 자체 워드프로세서를 갖고 있지만 우리와 단어는 물론이고 자판 구성, 스크롤 방법 등 기술적으로도 차이가 많다』며 『하지만 서로의 기술력을 합치면 완성도 높은 남북한 공동 워드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3일 통일부의 승인을 얻어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3월 22일 윤종용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 조선컴퓨터센터 지사 설립을 완료함에 따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스템통합(SI)업계는 아직 북한 지역이 통신 및 컴퓨팅 분야의 물리적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당분간 직접적인 시장 진출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인터넷업계=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실질적인 경제협력에서 크게 득이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당장 기술력이나 창의성면에서 질이 떨어지고 인터넷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인터넷외에 소프트웨어 기술은 뛰어나 활용여지가 많을 것이란 기대는 접지 않았다.
나눔기술 장영승 사장은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은 인공지능이나 패턴, 음성인식 부문에서 국내 기술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앞으로 북한의 특정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과 남한의 자본, 마케팅력 등이 결합하면 향후 통일기업이 설립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성공가능성을 밝혔다.
◇부품·산전업계=전자부품업계는 대체적으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경협 확대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다만 남북경협문제는 좀더 신중한 입장에서 접근해야 하고 특히 감정보다는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세트업체들이 우선 북한에 현지 공장이나 임가공 사업에 나설 경우 뒤따라 남북경협에 동참할 수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산업전자 부문 가운데 특히 중전기기 업계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 발표에 크게 고무돼 있다. 북한의 전력 상황이 상당히 낙후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전을 비롯한 변전·송전·배전 등 전 분야에 걸쳐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전·유통업계=가전업계는 앞으로 정상회담이 빛을 보게 될 경우 민간기업 차원의 교류가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업계는 그동안 꾸준히 대북경협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다음 태도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대북진출을 검토해 오던 오성사 등 중소 가전업체들의 경우 이번 회담으로 경협차원에서 현지공장 설립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적극 환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공장 설립은 원가절감과 시장선점이라는 해당업체의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북한동포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술이전 등 북한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전자제품 유통업계는 전자제품의 대다수가 소비재라는 점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 개최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 국내 실향민을 중심으로 북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경우 북한산 제품 판매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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