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의료기기 관리제도의 국제

이경만 산업기술시험원 의료기기품질지원센터장

 의료기기는 이미 선진국에서 차세대 산업으로 매우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는 산업적인 측면과 국민의 건강증진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어 관리제도 측면에서 여느 공산품과는 다른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중순쯤 FDA가 주관한 의료기기 국제표준협의회(GHTF : Global Harmonization Task Force) 회의가 미국 메릴랜드주 국립보건원(NIH)에서 개최되어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 92년 미국·일본·캐나다·호주·EU 등 대륙별 5개 국가를 중심으로 발족된 GHTF는 의료기기 관리제도의 국제통합이 주목적이다. 이를 통해 기술개발 촉진과 무역 원활화를 기하고 있으며 선진국이 정회원으로서, 아직 우리나라는 옵서버의 범주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GHTF엔 각 나라의 의료기기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표준화를 이뤄가는 스터디그룹이 4개 있는데 각 스터디그룹엔 약 2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일명 지침서(Guidance)를 만들어내 회원국에서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토론하고 제안해서 산출해낸 이 지침서가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국제표준에 상응될 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의료기기 설계에서부터 제조, 그리고 사후관리까지 총망라되므로 세계시장에 국산 의료기기가 진출하려면 적어도 이러한 기준에 적합해야만 한다.

 GHTF 활동은 곧 국제표준화가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의 전문위원회 중 의료기기의 품질시스템에 대한 ISO 규격을 만들어내는 ISO/TC210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ISO 규격화에도 연결되므로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GHTF에서 발간되는 문서는 각국에서 사용하도록 권고는 하지만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사항이 차후 강제성을 갖게 될 수 있다. 우리도 이에 대비, GHTF나 FDA의 웹사이트를 수시 관찰해서 관련동향이나 문서를 면밀히 분석, 우리나라 제도발전에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GHTF 스터디그룹에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참여시키고 의견을 제시해 우리의 존재를 국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대표단을 참석시켜 각 스터디그룹에서 활발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표준화라는 것은 당장에 이익을 볼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자국의 산업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 자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침서나 규격 등 문서화되기 이전에 미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의료기기 관리제도는 97년 9월에 시험검사 기준도 국제기준인 IEC 규격을 채택하는 등 변혁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기기 제조산업 저변이 취약하고 중소기업형 산업구조이므로 국제수준의 제도화를 일시에 적용하기에 난점이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관리제도를 국제제도의 흐름에 조화시키지 못하거나 지연된다면 국제화의 대열에서 도태될 수가 있다.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을 육성·발전시킬 수 있도록 각종 지원정책을 개발하고, 가능하다면 FDA 등에 관련자를 교육측면 차원으로 파견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의료기기 관리제도를 국제화시켜 나가되 1차적으로 국제회의에 지속적인 참여와 아울러 선진외국과 상호인정협정(MRA)을 통하여 상호 이익이 되도록 하고 이는 가능한 한 가장 근접한 제도인 GMP제도부터 실시하고 점차적으로 시험검사 부분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