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자유경쟁과 공정거래

다카하시 마사유키 한국엡손 사장

 연말 PC 최대 성수기를 맞아 시장에서는 업체간의 판매경쟁이 한창이다. 올해는 큰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전돼 PC산업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자신감을 잃어버렸던 한국 국민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경기회복은 정부의 계속되는 적시적재의 조치, 즉 규제완화를 통한 개방경제화 정책을 추진한 것이 그 원동력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자유경쟁이야말로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컴퓨터 관련업계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조직이 운영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상적으로 펼쳐지고 있어 규제라는 것이 크게 연관이 없는 세계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컴퓨터 관련업계는 신제품 개발을 통한 성능의 향상과 저가격화가 동시에 진행돼 상품이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되고 해마다 시장규모가 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자뿐 아니라 메이커·유통업자 등 관련업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상품에 대한 진부함이 점점 빨리 느껴져 상품이 쓰레기로 배출되는 것도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와있다.

 시장경제는 자유로운 경쟁을 전제로 하여 발전하는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사회에는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룰이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자연의 섭리라고 하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룰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치부이긴 하나, 몇개월 전에 한국엡손은 2개의 경쟁기업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죄광고를 신문지상에 게재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적이 있다. 이유는 본래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 경쟁사의 제품과 당사의 제품을 비교하여 제품의 우위성을 강조함으로써 경쟁기업의 제품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오해의 여지가 있으므로, 일반 소비자들의 공정한 판단을 저해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애초부터 그런 의도는 없었고 일반 소비자를 속이려고 했다면 한국엡손에 대한 신뢰실추라는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명령을 받게 된 것은 그 후 경쟁기업으로부터 비교대상으로서 보다 어울리는 제품이 시장에 투입되었던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깊게 반성하고 프린터업계 전체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회복을 위해 프린터 관련업계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칫하면 근시안적인 이해관계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해추구를 목적으로 한 기업활동이라도 소비자와 지역주민, 업계 및 사회 관계자, 장래 태어날 아이들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고려한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환경보전이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규칙,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룰(법령뿐만이 아닌 업계 관계자가 지켜야 할 자생적인 활동규범 등을 포함)의 준비에 노력하고, 기업인으로서 균형있는 사회발전을 위하여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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