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통합방송법의 제정필요성에 대한 방송계의 오랜 염원이 성사된 것이다. 물론 이번 통합방송법의 국회통과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워낙 다양한 이해집단의 목소리를 이번 법안에 수용하다 보니 당초 정부여당에서 내놓은 법안과는 괴리되는 측면도 많은 게 사실이다. 혹자는 이번 방송법안이 「누더기」에 불과하다며 혹평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전 통합방송법의 제정필요성을 목청껏 외쳤던 사람들의 의견이 미흡하지만 어느 정도 수용됐다고 보는 게 옳다.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최소한 권력기관이 아닌 통합방송위원회에 방송정책권의 상당 부분이 이양됐으며, 정부의 방송에 대한 개입소지는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물론 정부의 방송에 대한 장악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우선 방송위원 선임과정에서부터 정치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방송법의 통과의미를 방송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방송법은 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흔히 정치관계법으로 분류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송법은 정치관계법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었다는 얘기다. 방송사·시민단체·방송노조·정치권·행정부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분출한다는 측면에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통합방송법을 오로지 정치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태도는 이제는 버려야 한다. 방송법을 산업법의 시각에서도 주시해야 할 시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법의 모든 쟁점을 산업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산업환원주의」의 시각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산업론적인 시각을 백안시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닌 듯하다.
사실 이번 통합방송법 처리과정에서 숱한 찬반논란이 있었다. 지난 5년간 개최된 방송법 관련세미나와 토론회가 100회가 넘는다는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저히 합의가 불가능한 사안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이번 통합방송법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을 웅변해주고 있다. 한 사안을 놓고 이만큼 다양한 이해집단의 목소리가 분출된 적도 별로 없다.
방송계는 이번 통합방송법 제정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그 평가가 어떠하든간에 이번 방송법 제정을 계기로 국내 방송계는 새판짜기에 돌입해야 할 상황이며, 21세기 다매체 다채널시대를 앞두고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 위성방송의 출범, 케이블과 중계유선간 통합, 해외 위성방송 범람 등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앞으로 차근차근 해결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방송법은 한번 제정됐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화 추세는 방송법이 현재의 위치에 고착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같은 의미에서 방송법은 「완결된」 법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추세에 맞게 탄력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에 있는 법이기도 하다. 앞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방송법의 틀을 지속적으로 강구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핵심과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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