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체협의회 제주 유치 의미

 세계반도체협의회(WSC)가 미국과 일본업체에 이어 한국과 유럽업체로 확대해 공식 출범하면서 첫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이번 총회 유치를 계기로 세계 반도체산업에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또 한국업체를 비롯해 일본·유럽·대만업체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했던 미국의 반덤핑 규제에 맞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갖는다.

 이번 총회 유치를 이끌어낸 것은 한국과 일본업체들이다. 양국의 반도체업체들은 그동안 미국의 반덤핑 규제로 인해 미국시장 진출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 세계무역기구(WTO)의 반덤핑 완화 논의가 무산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 정부와 반도체업계는 반덤핑 규제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정부와 업계의 의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미국 외의 반도체업계가 힘을 모을 필요가 생겼고 그 결과물은 미·일 쌍무협의체인 WSC를 다자간협의체로 재출범하는 것이다.

 출범 후 첫 총회를 한국에서 열게 된 것은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한국업체의 영향력이 막대해졌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한국은 이번 총회의 주최국으로 앞으로 1년동안 의장을 맡게 됐으며 이로 인해 반덤핑·전자상거래·환경 등 세계 반도체업계의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특히 한국 반도체업계는 PFC 감축 등 환경문제와 300㎜ 웨이퍼 등 신기술, 전자상거래 등에 대한 세계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세계 표준 작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돼 이번 총회의 성과에 따라서 명실상부하게 세계 반도체산업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위상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총회의 의제설정과 결론에 있어서 한국업체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만큼 이번 총회는 국내 반도체업계에 있어 기회인 동시에 위기인 셈이다. 이번 총회 유치에 있어 우리 정부도 한몫을 담당했다.

 정부는 민관합동회의 등에 적극 참여해 WSC를 다자간협의체로 확대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으며 그 결과 한국이 이번 첫 총회를 유치하는 데 모처럼 제 구실을 했다.

 문제는 재출범한 WSC가 다자간 협정에 따른 협의체로 정부로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국내 반도체산업의 불평등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들어 지속적으로 다자간무역체제에 맞는 새로운 무역 관행을 정착시키는 조치를 발표했었다.

 그렇지만 국내 반도체업계가 의욕적으로 육성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우리 정부가 세계 무역질서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 국내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사실상 WSC 첫 총회를 유치한 한국정부와 반도체업계는 비메모리반도체를 무기로 날로 통상 압력을 강화할 미국과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에 반발하는 일본·대만·유럽업체의 빗발치는 요구를 슬기롭게 조화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부담이 큰 만큼 한국 반도체업계는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초강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1년동안 의장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해 세계 반도체산업의 주도국 위치를 확고하게 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기자 hsshin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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