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20)

 나타샤의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남자들은 기타를 치고 팝송을 불렀다. 팝송을 부를 때는 로버트도 한몫 끼었다. 밤이 깊자 강건너 숲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처음으로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늑대구경을 하려면 따라오라고 해서 나는 어느 청년의 뒤를 따라 언덕 쪽으로 올라갔다. 늑대들은 주로 사람이 없는 강건너 숲에 있었는데, 무리를 지어 다녔다. 백야의 밝음 때문에 무리를 지어 있는 늑대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멀리 떨어져 보아서 그런지 늑대들의 모습은 길 잃은 개떼로 보였다.

 늑대 구경을 하고 돌아왔을 때 다시 로버트와 나탈리아가 협연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베토벤의 소나타가 아닌 흑인 연가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옆에서 기타로 멜로디를 넣었고, 일부는 노래를 불렀다. 그때도 로버트와 나탈리아는 서로의 시선을 주고 받으면서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것을 보면서 소름이 오싹하고 끼쳤는데, 왜 그런 느낌이 왔는지 알 수 없었으나 훗날 생각하면 그때 이미 예감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나로서는 로버트 대위와 나탈리아를 탓할 처지도 아니었다. 나 자신이 나타샤에 함몰되어 있었고, 그것은 도덕적인 것을 떠나서 나의 업무에 상당한 장애 요인을 만들었던 것이다. 나타샤와 더욱 가까워진 것은 함께 레닌그라드 여행을 하면서였다. 러시아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소련의 제2도시인 레닌그라드를 보고 싶은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모스크바 시가지를 함께 돌아보면서 그런 생각을 나타샤에게 전했을 때 그녀가 기꺼이 안내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우리는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나타샤와 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크렘린의 서쪽에 있는 레닌 도서관에 들렀다 나왔다. 레닌 도서관에서 아르바트 광장을 지나 모스크바 강까지 이어지는 길을 칼리닌대로라고 하는데, 이 거리는 가장 현대적인 지역으로 고층 건물이 즐비했다. 칼리닌 거리에서 레닌 박물관은 여러번 다녀보았으나 그 앞을 지나면서도 건축박물관과 브르지노 전쟁 파노라마관은 들어가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그곳을 돌아보았는데, 전쟁 파노라마관에는 나폴레옹군 침공 당시의 무기와 전투 장면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때 나는 레닌그라드에 있는 에르미타주 국립미술관을 보고 싶은데 아직 갈 기회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나를 쳐다보더니 함께 가자고 제의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