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사상 초유의 경제난을 겪게 된 직접적인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이 유독 숫자에 약한 점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한다.
외환보유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데도 그저 「감」으로 『괜찮겠지』라고 판단한 정치인들 못지않게 「밀어붙이기」식으로 경영일선에 나섰던 경제인들이 경제난을 불러일으켰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경영자들이 숫자에 약하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경영현황을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회사 매출은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에 대충 얼버무리면서 넘어가기 일쑤고 『원가비용을 뽑아보셨습니까』라는 질문에도 머리만 긁적거리는 경영자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제품원가가 나오게 되고 판매가 역시 「협상」에 따라 달라진다. 원가 이하의 수주도 속출하고 앞에서 한 계산과 뒤돌아서 남는 이익이 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예정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한 한 중소규모의 산전업체 K 사장에게 사석에서 기자가 물었다.
이같은 수주가격으로도 이익을 맞출 수 있느냐고 묻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오리발부터 내민 K 사장은 『만약에 그렇다면 어떻게든 지출을 줄여서 이익을 남기면 된다』고 태연스럽게 답한다.
처음부터 정확한 수를 기반으로 한 경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투명한 경영 역시 요원한 일이다.
업계의 통계자료를 챙겨야 할 협회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협회나 단체의 경우 품목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 자료를 갖추고 있는 예가 많지 않다. 통계를 갖고 있다 해도 수치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업체들이 제출한 데이터를 취합해 만든 통계여서 정확성을 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불투명한 통계가 오히려 국내 시장을 지켜주고 있다』는 한 단체장의 우스갯소리에 그저 웃고 지나칠 수 없다.
인터넷시대에서는 세계경제가 전자상거래로 묶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자료 없이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통계자료를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산업전자부·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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