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파가 정복될 경우 그 부작용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었다. 인간의 뇌파를 조정한다면 남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을 뿐더러 조종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미국 국방부 산하에서 연구한다는 점이 주목이 되는 것이다. 뇌파의 개발이 군사 무기로 사용될 경우 그것은 생체 전쟁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으로 모스크바 국제 공항에 내렸다. 그때가 저녁 무렵이었는데, 해는 졌으나 백야 현상이 있어 날이 훤하게 밝았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 쓸쓸한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수도에 있는 국제 공항이 이렇게 시골 시외버스 터미널처럼 조용하고 한가한 것이 신기했다. 나는 처음으로 공산국가에 들어서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공산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활주로에 몇 대 보이는 비행기와 우중충한 청사, 그리고 도착로비로 들어섰을 때 무척 조용했다. 소련인들은 말을 별로 하지 않았고, 하더라도 소곤거렸다. 그런데 그후 십여년이 지나서, 러시아가 개방이 된 후에 기업 진출을 위해 다시 방문하였을 때는 판이하게 달랐다. 청사도 새로 지어져 있을 뿐더러 시끄럽게 변화해 있었다.
공항에는 대사관 직원 한 명이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나의 얼굴 사진이 들려 있었다. 나를 확인하자 다가와서 버드 블루냐고 물었다. 버드 블루는 당분간 쓰려고 했던 위장된 나의 이름이었다. 나는 한국계 미국인 1.5세대로서, 통신기술자 자격으로 대사관에 파견된 것이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는 로버트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로버트는 아직 서른을 넘지 못한 내 나이 또래의 청년으로 머리를 짧게 깎은 곱살한 청년이었다. 그는 국방부에서 파견한 무관인데, 로버트 대위라고 불렀다.
그가 몰고 온 대사관 차를 타고 우리는 모스크바로 진입했다. 공항에서 모스크바는 별로 멀지 않았다. 곧 대사관에 도착했다. 모스크바 시가지의 한 옆, 숲으로 둘러싸인 그곳에는 여러 대사관들이 모여 있는 외교가 단지였다.
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들어서면서 느꼈지만, 공원이 무척 많이 눈에 띄었다. 모스크바 시가지에 공원이 98개로 세계 도시에서 가장 많았는데, 술집과 위락시설이 제대로 없으니 공원만이라도 많이 만들어 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입구를 지나면서 보니, 사람들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누군가를 환영하는 인파로 알았다. 그러나 그곳은 꽃파는 암시장이었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전희경 前 국회의원, 제12대 충남연구원장 취임…'싱크탱크' 본궤도 기대
-
2
[ET단상] 트럼프와 절대반지
-
3
[황보현우의 AI시대] 〈26〉인더스트리 4.0과 피지컬 AI
-
4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5〉'AI 심장 만드는 공장' AI 컴퓨팅센터 짓는다는데…
-
5
제8대 충남도립대학교 신임 총장에 40대 정명규 전북대 교수 파격 임명
-
6
정보시스템감리협회, 제19대 회장에 조병휘 씨에이에스 사장
-
7
이상직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로상 수상
-
8
[인사]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
9
[인사]방송통신위원회
-
10
[부음] 김진오(한국로봇산업협회장)씨 부친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