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합니다. 창업투자회사는 어디까지나 유망한 벤처기업에 지속적으로 자양분을 주는 것이 주된 임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도를 냈거나 회사정리·화의·파산 등의 절차를 밟고 있는 이른바 「문제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아무래도 창투사 본연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다고 봐야겠지요.』
정부가 지난 5월 부실기업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발전법 및 동법 시행령을 제정·공포함에 따라 일부 창투사들이 대형 구조조정펀드(벌처펀드)를 결성했으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딜레마에 빠졌다. 이는 예상보다 빨리 경기가 회복되면서 정상화된 기업이 적지 않고, 부실기업의 「값」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펀드 사용에 대한 제한도 문제다. 현행 산업발전법 제14조 4항에는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범위를 당좌거래정지처분기업, 회사정리·화의·파산 신청기업, 은행관리기업, 부채비율이 업종평균을 1.5배 초과하는 기업 등 경영상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구조조정펀드는 공모 성격이어서 중기청이 아닌 금감원의 관리를 받도록 돼 있어 펀드를 함부로 다른 곳에 유용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무리하게 펀드를 공개모집하면서 고수익률을 보장한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투자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것은 상식이지만 수천명에 달하는 불특정다수의 투자가들을 다 설득하기는 힘들다. 만에 하나 투자가들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수익을 냈거나 손실을 입는다면 소송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구조조정펀드 허용의 필요성이 민간부문에서 제기된 것이 97년 7월이고, 구조조정펀드의 활용가치가 가장 높았던 시점이 지난해임에도 준비작업이 늦어져 지난 5월에야 관련 제도를 시행, 정작 필요할 때 펀드를 조성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벤처펀드와 벌처펀드의 속성을 감안할 때 「솔잎 먹기」를 거부한 해당 창투사의 책임도 결코 적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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