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2000년 구조조정 "회오리"

 세계적인 정보기술(IT)업체들이 최근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제조공장을 매각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이른바 대규모 「2000년 구조조정」을 잇달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급변하는 IT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을 핵심부문 위주로 재편하는 한편 비핵심 부문은 매각하거나 제조를 중단하는 등 매출증가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PC,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가격을 무기로 한 무한경쟁체제에 이미 접어든 시장에서는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전 분야에 걸쳐 기술 및 서비스부문을 강화하는 반면 제조시설은 매각하고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업체가 급속히 늘고 있다.

 PC업체 패커드벨NEC는 최근 전체 직원 2600명 중 80%를 감원하고 경영층이 모두 사임하는 등 대폭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치열한 PC 가격경쟁에서 뒤진 패커드벨NEC는 이 밖에도 PC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아웃소싱으로 제품을 조달하는 한편, 미국시장에서 패커드벨 브랜드의 소비자용 PC 판매를 중단하고 NEC 브랜드로 기업시장만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세계 1위 PC업체 컴팩컴퓨터도 지난 3·4분기 약 300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채산이 맞지 않은 몇개 사업부를 정리했으며 제조공장을 통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컴팩은 또한 현재 딜러에 크게 의존하는 PC 유통망을 합리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IBM은 지난달 중순 가정용 PC부문과 기업용 PC부문을 통합하고 직원 500∼1000명을 감축하는 한편, 미국시장에서 PC 소매유통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루슨트는 지난달말 기존 사업조직을 4개 핵심부문으로 재조정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일 영업부문의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 1680명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루슨트가 AT&T에서 독립해 나온 이후 최대 규모의 감축으로, 이 회사는 지난 7월 80명을, 9월에는 180명을 감축한 바 있다.

 세계 3위 휴대폰제조업체인 에릭슨은 비핵심 제품군의 제조를 아웃소싱으로 조달한다는 방침하에 프랑스 및 스웨덴의 제조공장을 대거 매각하고 인력을 감원하는 등의 구조조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에릭슨은 고정회선(Fixed­Line) 스위치 제조공장, 소프트웨어 개발부문, 휴대폰시스템 제조공장 등을 매각하는 한편, 약 1500명의 직원을 감원하기로 했다.

 통신장비업체인 노텔네트웍스도 올해부터 시작된 3개년 구조조정계획의 일환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연구개발부문을 폐쇄하고 130명을 감축하는 한편, 150명의 직원에 대해서는 다른 부문으로 이동시켰다. 노텔은 향후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8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한 자사 8개 공장을 매각하고 일부 제조시설은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역시 통신장비업체인 뉴브리지는 수익 개선을 위해 오는 18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 최대 통신업체인 일본전신전화(NTT)는 2002년 3월까지 전체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2만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저장장치업계도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휴렛패커드는 자사 저장장치 제조부문을 Dii사에 매각, Dii로부터 테이프 및 광 저장장치를 공급받아 판매하며, 자사는 이 부문의 개발 및 마케팅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IBM·EMC 등과의 경쟁으로 손실을 보고 있는 저장장치업체 스토리지테크놀로지는 지난 1일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500명을 감원하고 컨설팅부문을 없애기로 했다. 세계최대 HDD업체인 시게이트는 지난 9월부터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8000명을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동종업체인 퀀텀도 직원의 13%인 800명을, 웨스턴디지털은 2500명을 감축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중대형 컴퓨터업체 NCR도 컴퓨터 하드웨어업체에서 솔루션업체로의 변신을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으며, 최근 그 일환으로 전체 직원의 4.5%에 해당하는 1500명을 감원하고 설비를 통합하는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시스템통합업체 EDS는 올초 5200명의 직원을 감축한 데 이어 올해말까지 1만2000명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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