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나는 최근 무책임한 통신회사의 안일한 일처리 때문에 수차례에 걸쳐 곤혹을 치렀다.
발단은 3년 전인 96년 초 내가 S사에 가입한 무선호출기였다. 당시 가입대리점의 착오로 그후 2년여 동안 사용한 무선호출기에는 내가 아닌 엉뚱한 사람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돼 있었고, 진짜 내 주민등록번호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과 주소로 또다른 무선호출기가 등록돼 있었다.
이중등록이라고 볼 수 없는 이런 상황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올해 2월이었다. 어느날 신용정보회사로부터 무선호출기 사용료 3만4190원이 체납돼 납기일까지 돈을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등록시키겠다는 신용불량거래자 등록 예고장이 날아든 것이다.
황당한 마음에 나는 S사에 전화를 했다. 끝도 없을 것 같은 가입대리점과 통화, 상담원과 통화, 가입대리점과 통화를 반복해가며 앞서 말한 자초지종을 알아냈다.
그들도 『도대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자신들의 착오를 사과하고 내부결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자 똑같은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나는 다시 해명했고 상담원은 똑같은 사과를 하며 『이번엔 완벽하게 해결하겠다』고 했다. 다시 3개월후 이번엔 내가 이동통신에 가입하기 위해 서초동 근처 대리점을 찾았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내가 체납 불량거래자로 돼있어 가입할 수 없다고 했다.
나의 해명과 그들의 사과가 다시 반복됐다.
S사로부터 해결소식을 기다리던 나는 집에서 며칠 뒤 빨간 글씨로 「긴급부안내」라는 고무인까지 찍힌 예고장을 또한번 받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또 해명을 했다. 그들은 또 착오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사과를 했다.
그 목소리 고운 S사 상담원의 『정말 죄송하다』는 말이 내게는 정말 지옥의 저승사자보다 더 징그럽게 느껴졌다.
김창중 trube@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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