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국제 변호사(37)의 명함에 적힌 사무실은 두 곳이다. 한 곳은 영화진흥위원회, 다른 한 곳은 안산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법률사무소가 그의 직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는 뜻밖의 말을 한다.
『굳이 구분하자면 영화진흥위 일이 주업이고 법률사무소 일은 부업입니다.』
김 변호사는 영화진흥위에서 최근 영입한 고문 변호사다. 영화진흥위가 변호사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진흥위도 소송에 휩싸일 일이 있는가 했더니 그는 『주로 저작권에 관한 법률을 자문해주는 일을 맡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10여년의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LA에서 그는 「잘 나가는」 국제변호사였다. 「퍼시픽하이츠」라는 영화에 나온 저택에 버금가는 해안가 저택에서 살았다. 저작권에 정통한 그는 연예 사업이 발달한 그곳에서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그는 친척도 없는 낯선 타향에서 살면서 향수가 깊어진 데다 나라를 위해 뭔가 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한국에 돌아왔다. 오자마자 외교통상부에 들어가 한미통상협상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급여가 LA시절의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보람은 훨씬 컸다』고 말한다.
대외 협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그는 영화진흥위로 자리를 옮겼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황무지에 가까운 국내 영상산업계에서 자신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또다른 이유다.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실을 알기는커녕 자신이 누릴 권리조차 모르는 영화인이 수두룩합니다.』
그는 영상산업의 발달로 저작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졌으며 국내 영상산업계가 여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영상산업의 미래인 애니메이션산업에서 저작권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유학을 떠났다가 변호사 일에 흥미를 느껴 시카고 켄트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유학 자금을 스스로 마련한 자수성가형 변호사다.
『계약법이 발달한 미국의 저작권 전문 변호사에 비하면 저는 풋내기입니다. 실력은 없지만 영상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미흡한 국내 풍토를 개선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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