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위성방송 사업을 준비중인 사업체들이 통합 방송법 제정 문제로 「벙아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통합 방송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하기 때문이다.
우선 수신료 문제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KBS는 자칫 잘못하면 통합 방송법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헌법재판소가 현행 KBS수신료 징수 체계에 이의를 제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올해안에 통합 방송법을 개정하거나 「한국방송공사법」을 개정해 수신료 징수 근거를 만들어야만 한다.
만약 올해 정기국회에서 수신료 관련 조항의 개정 작업에 실패할 경우 내년부터는 수신료를 징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수신료와 광고수입으로 운영되고 있는 KBS는 전체 재원의 절반 가량을 수신료에 의존하고 있다. 수신료 징수 근거가 없어지면 시청자들이 준조세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KBS 수신료를 내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중에 관련 규정을 개정하더라도 한번 수신료를 안냈던 시청자들이 아무런 거부감없이 순순히 수신료를 내리라는 보장도 없다. 과거 수신료 거부 운동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KBS로서는 결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딜레마는 통합 방송법과 KBS법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현재 통합 방송법이 국회에 상정중인 상태에서 KBS법을 따로 처리하기는 힘들다.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통합 방송법의 「깃발」을 내리고 KBS법을 처리할 경우 지난 5년간 끌어 온 통합 방송법 논의를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KBS의 고민을 이해해주고 통합 방송법 처리를 포기하는 대신 KBS법의 개정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현재로선 통합 방송법을 이번 회기내에 처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위성방송 사업을 준비중인 사업체들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합 방송법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한동안 위성방송 사업 준비업체들은 정치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위성방송법(가칭) 제정을 국회에 입법 청원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KBS법과 마찬가지로 위성방송법만 별도로 처리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통합 방송법의 통과에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만일 이번에도 통과되지 않으면 그나마 근근이 생존하고 있는 상당수 위성방송 사업 준비업체들은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국회내 방송법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최근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이 재차 통합 방송법 처리를 지시했고 그동안 법제정을 가로막고 있던 정치 쟁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KBS도 그동안 제기해왔던 KBS경영위원회 설치 주장에서 한발짝 물러났다.
더이상 방송법 제정의 연기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과연 방송법이 통과될 수 있을까하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방송계 관계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번에도 안되면 너희들 맘대로 해라.』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여한 한 인사의 발언이 아직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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