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순기능과 역기능

이현덕 논설실장

 남보다 앞서 입수한 정확한 정보는 곧 자산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단 일초라도 남보다 앞서 최신 정보를 입수하려고 기를 쓴다.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빨리 얻느냐에 따라 흥망이 판가름날 수도 있다. 정보 수집범위도 옛날에 비해 무한대로 넓어졌다. 더욱이 정보사회를 맞아 정보력이 힘의 우열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미국의 뛰어난 정보력은 세계 최강국의 위치를 지키는 버팀목이다.

 정보는 어제 오늘 그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 아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후 정보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윈시사회에서도 주변에 대한 최신 정보를 알고 있어야 환경에 대응할 수 있었다. 가령 이웃 부족이 침략한다는 정보를 획득했다면 싸우거나 아니면 줄행랑을 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승산이 있으면 싸우고 아니면 아예 삼십육계가 생존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길 수 없는데 한판 붙는 것은 자멸을 채근하는 일이다. 그래서 정보에는 반드시 주체와 객체가 있고 소식·평가·행동·선택·효용성·실현이라는 사이클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보는 양날의 칼처럼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바로 순기능과 역기능이다.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정확한 정보 입수와 건전한 활용은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런 일은 많을수록 좋다.

 지난 90년 초봄의 일이다. 국내 모업체가 엘니뇨 현상에 대한 최신 정보보고서를 입수했다. 정보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그해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판단했다. 이 업체는 분석결과를 근거로 그해 생산할 여름 의류 물량을 당초보다 대폭 줄였다. 이로 인해 그 업체는 재고관리에 성공해 경쟁업체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자신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의 대표적인 병법가인 손자는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번 싸워도 지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의 대표적 고전의 하나인 「손자병법」에 대해서는 일화가 많다. 사실 여부를 떠나 독일의 빌헬름 2세가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이 책을 읽고 『내가 이 책을 20년 전에 읽었더라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민족의 성웅인 이순신 장군도 상대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일본군과 싸웠기 때문에 23전 23승이라는 세계사에 남을 전과를 기록했던 것이다. 이처럼 자신을 바로 안다는 것은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자신을 알고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은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다.

 반면 정보의 역기능은 그 폐해가 심각하다. 그 파장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중국 위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응인이라는 신하가 왕에게 물었다. 『만약 한낮에 도성 사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누군가 말하면 믿겠습니까.』 그러자 왕이 말했다.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누가 믿겠는가.』 응인은 재차 질문했다. 『계속 그런 보고를 해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믿어야 하겠지.』

 이처럼 사실과 다른 정보라도 반복하면 그 나름대로 폭발력을 갖고 있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한 옛 속담이 헛말이 아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자 이들의 전화를 불법 도청한 혐의로 수배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마 정보를 미리 빼내 배당을 많이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가 수사를 받게 된 사람, 남의 비밀번호를 몰래 엿봐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해 자신의 구좌로 남의 돈을 이체시켰다가 경찰에 붙잡힌 사람도 있다. 게다가 수사기관의 불법 도·감청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살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수많은 정보와 만난다. 우리는 현실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그 바탕 위에서 불법 도·감청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보의 역기능은 꼬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