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9)

비욘드컴 윌리엄 매키어넌

 캘리포니아 맨로파크는 실리콘밸리의 돈줄, 벤처캐피털의 거리다.

 94년 겨울 윌리엄 매키어넌(42)은 맨로파크의 이발소 2층 건물에 소프트웨어넷(Software.net)이라는 간판을 걸었다. 그는 18개월 동안 이 거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찾아다녔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국 통장을 털어 마련한 5만달러와 친구들에게서 빌린 돈을 보태 임대료 비싸기로 소문난 맨로파크 한 귀퉁이에 사무실을 낼 수 있었다.

 어느날 아래층의 이발사가 숨을 헐떡거리며 그에게 올라와 크고 검은 색 차가 문앞에 왔다는 말을 전했다. 그날 찾아온 손님은 유명한 벤처투자회사 벌칸벤처스의 버트 칼데였다. 그는 폴 앨런의 개인투자 상담역이었다.

 칼데는 이발소에 앉아 하루종일 소프트웨어넷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는 매키어넌이 맥아피의 COO 출신이라는 데 주목했다. 그는 초라하고 작은 소프트웨어회사 맥아피(McAfee Associates)를 바이러스 백신분야 최고의 업체 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로 바꿔놓은 수완가였다.

 칼데는 앨런에게 투자를 권했고 그 결과 비욘드컴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오늘날 비욘드컴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소프트웨어 상점 중 하나가 됐다.

 매키어넌의 성공비결은 포기를 모르는 끈질긴 집념에 있다. 비욘드컴의 사장으로 아마존의 마케팅 부사장 마크 브레이어를 영입할 때도 그는 폴 앨런의 보잉757 개인여객기를 타고 브레이어의 휴가여행지인 산 루커스까지 쫓아갔다.

 브레이어는 이미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겼다는 핑계로 아내와 함께 호텔을 떠났고 늦은 밤 브레이어 부부가 돌아왔을 때 로비에 버티고 있는 매키어넌과 마주쳤다. 브레이어는 할 수 없이 그와 술을 마셨고 결국 설득에 넘어갔다.

 요즘 비욘드컴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몸집이 불어나면서 97년에는 사이버소스사를 스핀 오프시켰다. 현재 미국의 투자가들은 분야별 EC사이트 성공모델로 PC 「델컴퓨터」, 네트워킹장비 「시스코」, 서적 「아마존」과 「반스앤노블」, 여행상품 「익스피디어」와 「프리뷰트래블」, 경매 「E베이」와 「온세일」, 반도체 「NECX」, 꽃배달 「1-800-플라워스」, CD 「CDnow」를 추천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부문은 비욘드컴을 최강자로 꼽고 있다.

 매키어넌 회장은 전자상거래의 성공을 위한 4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는 마케팅이다. 어쨌든 웹사이트에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않으면 시작부터 숨통이 막힐 수밖에 없다.

 둘째로 네티즌들이 와서 풍부하고 알찬 콘텐츠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요즘엔 「콘텐츠는 왕이다(Content is King)」가 실리콘밸리의 유행어다.

 셋째, 효과적인 판매촉진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원투원 프로모션(One-To-One Promotions)」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객지원이다. 손님이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911처럼 재빨리 가서 불을 꺼줄 수 있는 대응시스템을 갖춰야만 한다.

 서니베일에 위치한 비욘드컴의 1층 로비에는 아직도 붉은색과 흰색·파란색이 돌아가는 이발소 표시등이 켜있다.

 매키어넌은 비욘드컴이 동네 이발소 같은 편안함과 잘 아는 이발소 아저씨에게 머리를 맡길 때처럼 신뢰감이 느껴지는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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