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 현지발음 표기해야

 문: 미국에 있는 한·일 합작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독자다. 내가 거주하는 「산 호세(San Jose)」라는 지명에 대해 전자신문 등 한국의 신문에서는 「새너제이」로 표기하고 있다. 우리말로 「성 요셉」이란 뜻의 「San Jose」는 스페인어로서 「J」가 「ㅎ」 발음이 나게 원칙에 따라 「산 호세」로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실제 이곳 현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샌 호세」 「산 호제」 또는 「샌 호제」 등으로 읽기 때문에 「새너제이」로 발음할 경우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그 나라의 지명이나 이름 등 고유명사는 발음대로 표기해주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한다. 미국 사람들이 「Paris(파리)」를 「패리스」라고 하고, 또 ABC방송의 어떤 메인앵커가 「Kim Dae Jung」을 「킴 대 영」이라고 발음했을 때 한국인으로서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현지 사람들이 사용하는 「산 호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신문에서 만약 어떤 원칙에 의해 새너제이를 계속 사용한다면 영어를 병기했으면 한다.

jongko@selam.com

 답: 「산호세」라는 지명은 세계 여러 곳에서사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외에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 그리고 필리핀에도 있는 지명이다.

 독자의 지적처럼 현재 인명이나 지명을 표기할 때는 그 나라의 발음을 존중해서 따라주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그 발음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자의적이고 유동적이다. 우리말 「허섭스레기」를 보더라도 정확하게 발음하는 사람이 드물고 대신 「허접쓰레기」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다수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을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로는 우리말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발음도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막연하게 말하는 대로, 들리는 대로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또 발음나는 대로 썼다고 해도 미묘한 어감까지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표기상의 기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신문들이 지명과 인명 등 고유명사를 표기할 때 기준으로 하는 것은 신문편집인협회가 발행한 외래용어사전이다. 이 사전의 발행취지가 비현실적이거나 혼란스러운 외래어 표기법에 통일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니 이를 참고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겠다. 전자신문 역시 「외래용어사전」에 따라 「San Jose」를 표기할 때 미국의 지명일 경우는 「새너제이/샌호제이」를 따르고, 그 외는 「산호세」로 쓰고 있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사전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말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전에 있는 말이 모두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어떤 말이 틀려서 안쓰고 정답이 아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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