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세기판 "파 엔드 어웨이"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라는 영화가 있다. 때는 19세기, 유럽인들에게 신대륙 아메리카 열풍이 불 때의 이야기다.

 농사지을 땅 한 뙈기 없이 가난에 찌든 한 아일랜드 청년이 청운의 꿈을 안고 신대륙 아메리카로 건너가 꿈에 그리던 자기 땅을 갖게 되기까지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희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청년이 자기 땅을 갖게 되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다. 땅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 출발신호와 동시에 달려나가 원하는 곳에다 깃발을 꽂기만 하면 자기 차지가 된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인터넷 주소분쟁을 보면 이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아메리카가 19세기 유럽인들의 신대륙이었다면 인터넷은 20세기 인류의 신대륙이다. 이 신대륙에 펼쳐져 있는 광활한 땅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인 것이 이 세계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신대륙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구대륙 사람들이 깃발을 먼저 꽂은 사람을 제치고 자기가 진짜 주인이라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작 누가 진정한 주인인지를 가려내는 심판관이 구대륙 사람들이어서 신대륙의 법칙을 무시하고 자기네 법칙에 따라 주인을 결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인들은 신대륙을 차지하려는 구대륙에 대항해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독립을 쟁취했다. 그러나 인터넷세계는 시간과 공간이 없는 가상세계이자 생존의 뿌리를 구대륙인 현실세계에 두고 있다.

 유럽과는 시간과 공간이 다르고 유럽에 생존을 의존할 필요가 없는 아메리카 신대륙과는 처지가 다르다.

 인터넷세계는 구대륙인 현실세계와 공존해야만 생존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때문에 현실 세계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이 신대륙인들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인터넷 세상을 젖과 꿀이 흐르는 에덴동산으로 가꾸려면 새로운 인류는 구태의연한 구인류의 폐습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아메리카 대륙에 땅을 마련한 아일랜드 청년이 자기 땅의 문패에 남의 이름을 달지 않았듯이….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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