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는 4일 증권면 신설을 기념해 26곳의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내년도 전자·정보통신관련 업종의 주식시장을 전망하는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식시장에서 전자·정보통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과 성장전망 그리고 인터넷 투자열기 등 각종 현안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일주일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전체 대상 26개 증권사 가운데 23곳이 조사에 참여해 88%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증권사의 기업분석팀,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참여했다. 주요 설문내용에 대한 분석이다.
<편집자>
업종별 시황
반도체·일반부품·인터넷 및 전자상거래(EC)·컴퓨터·주변기기·통신서비스·통신장비 등 세부 업종별로는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종목의 성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23명의 애널리스트중 43%인 10명은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분야가 올해 대비 내년 시가총액 성장률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메모리 등 반도체(22%·5명), 통신서비스(13%·3명) 업종도 세계적인 경기 호황과 꾸준한 수요증가에 힘입어 시장의 중심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닥종목 중에선 전체의 30%인 7명의 애널리스트들이 꼽은 인터넷서비스 업종이 단연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등록대기중인 업종 가운데 비교적 우량 대형주에 속하는 통신서비스(22%·5명), 통신장비(22%·5명) 분야와 전자상거래(17%·4명) 업종도 가파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초 개설될 것으로 보이는 장외거래시장의 유망주 역시 인터넷서비스와 전자상거래, 통신서비스 분야 등으로 나타났다. 23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43%인 10명이 인터넷서비스, 26%인 6명이 전자상거래, 22%인 5명이 통신서비스를 각각 꼽았다.
IT업종을 메모리·비메모리·반도체제조장비·계측장비·LCD·일반부품·인터넷정보서비스·인터넷쇼핑몰·기업간전자거래(EDI/EC)솔루션·인터넷상점솔루션·정보보호솔루션·데이터베이스(DB)·무선인터넷·시스템통합(SI)·PC·중대형서버·주변기기·개인휴대통신·회선임대서비스·웹호스팅서비스·네트워크·교환기·컴퓨터통신통합(CTI)·광통신·이동통신단말기 등 25개 분야로 세분해 조사한 결과 인터넷정보서비스 업종이 앞으로 시장잠재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의 시장 절대규모는 왜소하지만 인터넷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잠재력을 인정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어 광통신분야가 두번째로 꼽혔다. 이는 인터넷 등 초고속 데이터통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광통신이 기술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3위에 오른 업종은 LCD 분야다. LCD는 세계시장 수요의 급증세가 향후 수년간 이어지면서 D램 등 메모리에 이은 차세대 수출 효자품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간 전자거래 솔루션 분야가 4위에 오른 것은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인터넷쇼핑몰 등 기업 대 소비자간(B to C) 분야에 의해 촉발됐지만 효용가치는 기업간 거래(B to B)에서 극대화할 것이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주식시장 IT 비중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전자·정보통신 업종이 독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내년에도 장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별로 볼 때 거래소시장에서 IT업종 주식시가 총액비중을 예상하는 질문에 13명의 애널리스트 중 10명이 30%를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SK텔레콤·한국전력 등 대형 우량주가 대거 포진한 상장종목들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시장 주도업종의 자리를 고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주말 현재 전기·전자 업종의 주식시가총액 비중이 전체의 25%선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변함없는 신장세를 확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응답 애널리스트 가운데 3명은 50%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 내년도 IT 증시전망에 대해 크게 낙관했다. 반면 IT업종의 현재 시장비중인 25%선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두 명에 불과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IT업종의 비중이 가히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코스닥시장에서 IT업종의 시가총액비중을 묻는 질문에 15명의 애널리스트들이 응답, 이 가운데 66%인 10명이 50%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3명은 IT업종의 시가총액이 무려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해 코스닥시장은 사실상 「IT주식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가총액 성장률에 대해서도 IT업종이 두각을 나타냈다. 상장 IT종목의 시가총액 성장률을 전망한 13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61%인 8명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적어도 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닥시장에서 IT업종의 성장률에 대한 전망은 애널리스트별로 편차가 심했다.
총 14명의 응답자 가운데 7명은 최소 50% 이상 시가총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증가율이 30%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열기 등에 편승해 등장한 기업과 내실있는 기업들간의 투자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주" 쟁점
본지는 인터넷기업을 「인터넷이 직접적인 영업활동의 수단이나 대상이 되는 인터넷서비스 및 솔루션 전문업체」로 정의하고 인터넷주 거품론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의 생각을 물었다.
우선 인터넷 관련 주식에 거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23명의 응답자 가운데 82%에 달하는 19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인터넷 주가가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기보다는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4명의 애널리스트들은 의견을 달리했다.
이같은 견해는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경제 환경에서는 기업가치평가의 잣대가 미래성장성 등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점을 조심스레 강조한다. 높은 인터넷 활용도와 선진 금융환경을 자랑하는 미국 나스닥 증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시급한 대목이다.
인터넷주가에 거품이 있다고 응답한 19명의 애널리스트들 대부분은 내년 상반기내에는 조정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26%인 5명은 올해안에, 58%인 11명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인터넷주가의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인터넷 주가의 등락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우선 7명(30%)은 기업들의 인터넷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주된 동인으로 꼽았다. 그 뒤를 이어 각각 6명(26%)의 애널리스트들이 나스닥 등 해외증시의 동향과 개인투자자들의 인터넷 투자열풍이 주가 폭등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국내 인터넷 관련 주가가 나스닥 등 해외증시 동향과 다소 또는 깊은 비례관계를 나타낸다고 답한 점도 주목된다. 응답자 23명 가운데 91%인 21명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상호 연동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시장의 주요 투자자들은 나스닥 등 해외증시 동향에 의해 매매시점을 결정하는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IT주식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들은 IT기업들의 투자가치가 무엇보다 미래사업성과 기술력에 있음을 강조했다. 23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56%인 13명이 미래사업성을, 39%인 9명이 기술력을 들었다. 이에 비해 매출액이나 순익규모가 가치결정에 절대적이라고 답한 경우는 1명에 불과했고, 기업의 재무구조는 아예 응답자가 없었다.
이번 설문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소개한 IT업종만의 주가동향 특성은 대다수 투자자들에게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우선 IT업종은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성장속도가 유난히 빠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예상을 넘는 주가 반등경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신기술이 상품화로 연결될 경우 기술적 가치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돼 장기간 주가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큰 분야다. 이에 따라 대다수 업체들이 현재의 실적에 비해 주가수익률(PER)이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대체기술이 등장하면 주가가 쉽게 타격을 받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등 해외시장 동향과 정부의 정보통신 정책 등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IT분야가 타 업종에 비해 단기간의 수익률 편차가 심하며 주가 변동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반투자자들도 IT업종만의 이같은 특성을 충분히 숙지한 뒤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일반적인 투자지표인 PER, 주당순자산비율(PBR), EV/EBITDA 등과 함께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성이 중시돼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개발된 신기술이 사업실적으로 이어질 경우 지속적인 주가상승이 가능하지만 사장되면 본전도 못찾을 가능성이 큰 업종이라는 지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또한 정부의 정보통신 관련 정책방향과 세계시장의 추세, 진입장벽 등 주변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위한 회사의 재무구조와 현금유동성의 점검도 빼놓지 않았다.
코스닥시장 전망
시장의 활성화 시점에 대해서는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이 내년으로 내다봤다. 23명의 응답자 가운데 48%인 11명은 내년 상반기, 30%인 7명은 내년 하반기로 각각 예측해 2000년대는 코스닥시장이 본 궤도에 올라서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거래소 시장의 장세에 크게 의존하는 코스닥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과 시장 진입요건의 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체의 43%인 10명의 애널리스트들은 코스닥 관련 금융상품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돼야 하며, 30%인 7명은 코스닥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를 비롯한 각 기관투자가들도 성장잠재력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의 큰 걸림돌로는 낮은 투명성과 취약한 경쟁력을 지적했다. 전체 응답 애널리스트 가운데 83%인 19명은 코스닥 등록 기업들의 낮은 투명성과 취약한 경쟁력이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바람몰이식 투자성향과 거래소시장에의 높은 의존도라는 표면적인 요인보다 나태하고 부실한 기업관리가 근원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코스닥 등록을 준비중인 기업들의 경우 매출액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을 중시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설문에서도 전체의 87%에 달하는 20명이 최소 50억원 이상은 올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5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답해 결국 기업가치는 실적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스닥 등록 기업들의 자본금 규모에 대해서는 50억원 이하가 14명(60%), 100억원 이하가 8명(35%)을 각각 차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또한 기존 코스닥 등록 기업들이 주가를 적정수준 이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실적 향상, 활발한 투자자관리(IR) 활동 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절반 이상의 응답자들은 그 중에서도 기술개발투자를 최우선 순위로 꼽아 기업가치의 원천은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내년초 개장될 것으로 보이는 장외거래 시장은 내년 하반기 이후면 활성화할 것이란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39%인 9명의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하반기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고, 절반이 넘는 12명은 2001년 이후로 예측했다. 불과 1년여만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이같은 전망은 비상장·비등록 주식시장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조만간 장외거래시장이 제도권시장을 크게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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