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화형 "그린 PCB"개발 왜 중요한가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친화형 전자제품의 개발이 발등의 불로 다가오는 가운데 전자부품산업 중 인쇄회로기판(PCB)분야의 환경친화형 제품 개발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PCB 제품의 특성상 다량의 공해를 배출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들어 국내 주요 PCB·소재업체들이 환경친화형(일명 할로겐프리 PCB)제품을 속속 개발, 앞으로 한층 드세질 환경라운드에 대응하는 것은 앞으로 이 분야의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데 핵심사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가전제품은 물론 정보통신기기에 장착하는 기존 PCB는 할로겐족 화합물이 내포된 수지를 난연재로 활용하고 있다.

 할로겐족 화합물이 내포된 PCB가 장착된 각종 전자제품은 폐기·소각시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다이옥신을 배출, 유럽·일본 등 선진국은 2000년부터 이같은 PCB를 탑재한 전자제품의 생산·수입을 규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환경오염에 민감한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지난해부터 선별적으로 할로겐족 화합물이 내포된 PCB의 역내 반입을 규제하고 있으며 내년 초부터는 규제 강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일례로 독일 대기가스 관련 환경위원회(TA­luft)는 지난 94년 제정한 화합물규제법(German Prohibited Chemical Law)으로 규제하고 있는 다이옥신 배출기준을 현재보다 약 10배 정도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화합물규제법을 제정해줄 것을 지난 7월 입법, 청원해 놓았다. 이 규제법이 내년부터 발효될 경우 기존 PCB를 장착한 국산 전자제품은 물론 베어보드 형태의 PCB 수출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PCB시장을 석권한 일본의 경우 일본CMK·마쓰시타·이비덴·도시바·JVC 등 유력 PCB업체들은 지난 상반기부터 그린 PCB를 개발해 공급 루트를 뚫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히타치화성·아사히케미컬·일본다이요잉크 등 주요 PCB 소재업체들도 수년 전부터 개발해온 그린 PCB 관련 소재에 대한 국제 품질인증을 획득, 그린 PCB의 상품화에 대비하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한 관계자는 『EU도 현재 가전·정보통신기기·음향기기 등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부품으로 장착하는 PCB에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할로겐족 화합물의 첨가를 규제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전자·전기제품 폐기물지침을 확정해 200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국내 전자제품 세트업계는 물론 PCB업계가 이에 대한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EU에 대한 국산 전자·전기제품의 수출실적은 지난해 7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직수출하는 PCB도 전체 물량의 30%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EU의 이같은 움직임은 「강 건너 불」이기보다는 「발등의 불」이라는 것이 KOTRA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처럼 환경친화형 PCB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그동안 업계와 학계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국내 PCB업체와 전자업체들은 개발·장착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그린 PCB를 내세워 유럽 국가들이 국산 전자제품의 역내 유입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VCR와 휴대형카세트·자동차제어용 PCB의 경우 그린 PCB를 탑재해줄 것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세계 전자제품 교역질서는 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과 더불어 인류의 안전에 바탕을 둔 환경친화성이 중심축을 이룰 것이라는 점에서 그린 PCB의 개발 상용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전자업계의 진단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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