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걸 중국과학원 장춘광학정밀기계연구소 교수
한국이 불과 30년이란 기간에 1인당 연간 국민소득을 80달러에서 1만 달러선으로 끌어올린 「한강의 기적」은 온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비슷한 위치에 있던 모든 개발도상국에게는 부러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한파로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한국의 모습은 「한강의 기적」을 무색케 했으며, 한국과 인연을 가진 해외 동포들을 안타깝게 했다. 원화가치의 폭락으로 하루아침에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에서 7000달러로 떨어졌으며 이미 안정궤도에 들어섰다는 중소기업은 물론 한보·기아와 같은 재벌까지도 파산하거나 도매금에 팔려 나갔다.
한강의 기적은 분명 전세계 언론에서 대서특필할 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는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환경에서 「특정한」 조건을 구비한 한국이 「특정한」 기회를 틀어잡고 이룩한 경제적 비약이었다.
그 당시 미국이나 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었으며, 노동자들도 더럽고 위험하며 힘든 일 등 소위 3D업종을 기피하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생산혁신을 통해 공장에서 남아 도는 설비를 팔아치우고 싶었으나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시장경제를 외면하고 있었다. 이 틈을 이용해 부지런하고 소질있는 인적 자원을 가진 한국이 이 조류를 탔으며 모든 국민이 허리를 졸라매면서 노력한 결과,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이다.
지금은 한국 노동자도 3D업종에 종사하기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 때문에 저개발국 노동자는 물론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까지 불법체류를 불사하면서 한국에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자동화용 첨단로봇이나 인공지능시스템이 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은 시설투자 비용이 좀 높다 해도 유지비용이 거의 필요없다. 매월 인건비를 쏟아부을 필요가 없으며 전기세와 수리비 정도면 높은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파업과 같은 노동쟁의로 인해 생산이 중단될 우려도 없는 것이다.
이같은 3D작업이 모두 로봇에 의해 대체되지 않는다 해도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가진 중국이 있다.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하면서 자본주의시대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 때문에 중국을 생산기지화하는 유수의 첨단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90년대 초에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 연구소에서 미국 HP사의 설비를 사기 위해 그 회사 중국 대리인과 접촉했는데 그들 말에 의하면 HP는 생산인력에 쏟아붓는 인건비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여유자금은 첨단 설비의 도입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물론 이는 순전히 과학기술 덕택이다. 총명한 미국인들이 왜 애써 전세계의 과학자·엔지니어·기술자만 골라서 이민을 허용하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제 남은 기회는 변화와 개혁이다. 과학기술을 급속히 발전시켜 한국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한국 국민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 국제거래에서 한국의 위신을 높여야 한다. 또 세계 각국 소비자의 신용도를 높여 한국 물건을 많이 사게 하는 것이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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