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자부품산업 이대로 좋은가

김호기 KAIST 전자부품·재료설계 인력교육센터 소장

 전자부품은 전자제품의 가격·품질·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제조원가의 65%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가가치율이 26%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산업이다. 세계 전자부품 시장은 과거 5년 동안 연평균 5∼6% 성장, 지난해 15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올해도 1600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국내 전자부품산업은 전체 수출의 18∼19%를 차지, 최대 수출주종업으로 국가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최근 국내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커다란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 전자제품 시장이 오디오·비디오(AV)기기 시장에서 컴퓨터·정보통신(C&C) 시장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으며, 경쟁구조의 변화로 국가간의 무역장벽이 붕괴되면서 국내외 구분이 없는 세계 단일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외 급격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국내 전자부품산업은 구조고도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자부품을 활용하는 전자제품업계의 구조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단가하락 및 조립 위주의 고비용 생산구조로 인해 국제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생산품목 구조가 가전용 범용부품에 치우쳐 있으며 소재·재료는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기술인력 등 산업기반이 빈약하고 기업 자체의 마케팅이나 축적기술이 부족하다.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저가공세 강화와 일본 등 선진업체의 견제 및 경쟁적인 생산능력 확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 제도 해제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 전자부품업계에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전자제품업체가 디지털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동통신 사용자가 2000만명에 도달했으며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 IMT2000 환경이 눈앞에 다가왔다. 전자부품업계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그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나아가 이러한 새로운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전자부품산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세트산업에 종속, 발전해 왔으나 최근에는 부품산업의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전자부품의 새로운 기술이 세트의 출현 및 기존 제품의 혁신을 촉진하는 등 세트산업의 기술발전을 선도하는 측면이 커지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한 선도기술을 보유한 경우 시장을 장악하고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전자부품산업을 확고한 기반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공동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특히 국내 전자부품업계는 21세기에 대비한 새로운 경영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21세기를 목전에 둔 현 상황에서 차기 성장에 대비해 미래지향적인 경영기반을 닦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시장 및 기술변화 추세를 정확히 파악해 신개념의 설계·공정·제품화기술에 대한 개발이 요구되며, 독자적인 기술주도를 위해서는 이들 기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한 자립화가 요구된다. 나아가 ISO 14000과 같은 환경경영 규격도 날로 강화되는 추세여서 이에 대한 대응도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소외된 전자부품산업에 대한 좀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정보수집 및 효율적 기술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야 할 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전자부품업계의 기술경쟁력 확보로, 기존 기술종속의 한계를 벗어나 기술선도를 하기 위한 새로운 발상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내 전자부품업계의 과감하고도 공격적인 경영전략 및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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