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운영 "활동기준원가" 도입 확산

　「활동기준 원가(ABC)에 주목하라.」

　첨단경영을 실현하려는 국내 선진기업을 중심으로 ABC(Activity Based Costing) 개념을 기업 운영에 접목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삼성중공업·대림산업·서울대병원 등 20여개에 이르는 국내 주요 기업·기관들은 기존 원가체계가 인건비·부품구매비 등 소요된 비용의 결과물만을 보여줄 뿐, 실제 생산이나 구매·판매 등의 과정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각종 활동(Activity)에 대한 가치를 배제하고 있어 정확한 원가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ABC를 다양한 업무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ABC는 이제까지 기업 원가체계의 기본을 이뤄온 인건비·원자재 구매비·감가상각비 기준의 전통적인 원가 산출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제품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요구되는 서비스·프로세스 등의 활동을 기준으로 원가를 산정하는 방식.

　기존 원가계산 방식이 임금·복리후생비·교통비·소모품비·통신비 등 무엇이 소비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반면 ABC에 의한 원가계산은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져 시장에 팔리기까지 필요한 모든 활동(판매 오더처리, 자재불량 개선, 구매오더 발생, 판매계획 수립, 엔지니어 변경서 작성, 생산라인 문제해결 등)에 어느 정도 비용이 소요됐는지를 파악해 실질적인 프로세스 기반의 원가측정 및 관리를 가능케 한다.

　컴퓨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원가체계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간과하고 있어 실제 특정 품목 하나에 소요되는 정확한 원가를 산출하기 어렵지만 ABC를 이용하면 제품별 원가는 물론 조직별·유통점별·지역별·고객별 원가계산 및 손익측정이 가능해 기업 프로세스 개선과 과학적인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오복식품·농심의 경우 ABC를 도입한 결과 수익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던 상품이 뜻밖에도 수익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상품전략을 다시 짜는 조치를 취했으며, 노루표페인트·동양제과는 ABC 도입 이후 70∼90%에 이르는 경상이익 증가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AB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ABC 솔루션 공급업체들도 수요발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7년 설립돼 이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ABC테크놀로지(대표 강범구)는 미국 ABC사의 솔루션인 「오로스」 패키지와 중소기업을 겨냥한 「이지ABC」 등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ABC테크는 이미 대한항공·서울대병원 등 20여개 사이트를 확보해 초기 ABC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아서앤더슨·언스트앤영·능률협회 등 6개의 컨설팅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ABC테크는 ABC 솔루션이 전사적자원관리(ERP), 밸런스트 스코어카드(BSC), 자산부채관리(ALM)시스템, 리스크관리시스템(RMS)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크게 난다고 보고 SAP코리아·한국SAS·한국유니시스 등과의 협력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국오라클(대표 강병제) 역시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오라클 본사가 인수한 「액티바」 ABC 솔루션에 대한 국내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라클은 ABC를 독자적인 솔루션보다는 BSC, 가치기반경영(VBM) 등과 함께 묶어 전략적기업관리(SEM)라는 종합적인 기업경영관리 솔루션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조흥은행·포스코 등에서 구현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하이페리온솔루션(대표 이혁구)은 ABC에서부터 BSC, 경영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기업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EPM」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아서앤더슨·삼성SDS·현대정보기술 등 7개의 컨설팅·시스템통합(SI)업체를 통해 수요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프로젝트관리 전문업체인 PM소프트(대표 박영민)도 미국 젠티아사가 앤더슨컨설팅과 공동개발한 ABC 솔루션인 「프라핏임팩트」를 10월께 출시하는 것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영업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