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막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은행의 구조조정에서부터 5대 재벌의 빅딜, 교육계의 비리척결 등 그동안 우리 사회의 악습으로 굳어진 관행들에 대한 개혁이 의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개혁의 바람은 과학기술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사회의 큼직큼직한 일들이 추진되는 것을 보면 과학기술계의 구조조정은 별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국민에겐 과학기술계 구조조정이 큰 문제가 아닌 것 같고, 과학기술계 관계자들만 피부에 와닿는 일이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민간 과학기술연구소의 연구비 삭감, 연구인력 감축, 심지어는 연구소 통폐합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축적해온 유무형의 노하우조차 개혁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술개발에 매진해 기술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설 생각은 고사하고 조직과 인력을 축소하는 것이 개혁의 능사인 것처럼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가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쓸리면서 실제로 구조조정이 돼야 할 사람과 조직이 살아남은 반면 나라의 장래를 위해 일하는 많은 연구원들이 타의에 의해 연구실을 떠나는 현실을 목도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 내 경제팀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기업의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이 대열에 참여하는 지도교수나 원로과학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또 현재 많은 대학과 연구소들이 창업지원센터를 설립, 창업을 지원한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대학이나 연구소 내의 창업지원센터는 창업자에겐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기」라고 표현할 만큼 어리숙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기업에서 무역업무에 종사했던 퇴출 회사원이 중소기업의 해외 무역업무를 지원한다거나 은퇴한 운동선수가 그동안의 노하우를 후진들에게 전수하는 것처럼 원로과학자들이 후진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과학계 원로과학자들을 이대로 연구실을 떠나게 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경험은 교육계와 과학계, 산업계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살아 있는 지식이며 그들의 머릿속에는 그동안 많은 연구비를 쏟아부으며 만들어낸 무형의 무한한 재산이 살아 숨쉬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과학계가 쌓아온 과학기술 노하우와 인력을 정책적으로 활용하고 또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과학기술계 역시 정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개발 및 정책을 마련, 선진국과의 경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이를 믿고 받아들일 때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쟁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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