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케이블TV업계에 거는 기대

김택환 종합유선방송위원회 부위원장

 디지털방송 실시와 인터넷의 급성장에 고무되어 있는 세계 미디어시장의 최근 지각변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특히 미국에서 전화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의 대규모 합병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매체간 융합 움직임은 가히 선도적이다. 가입자가 훨씬 싼 가격에 하나의 단말기(Settop Box)로 모든 서비스(Full Service)를 받을 수 있도록 망·기술·서비스를 통합하는 이러한 전략은 국가적·세계적 차원의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해 나가는 요체를 이루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범정부 차원의 정보화추진계획에도 불구하고 그 핵심 기반이 되리라 예상됐던 케이블TV가 IMF 관리체제라는 시련을 겪고 나서야 오히려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역설적 사실은 케이블TV가 그간 얼마나 「시장의 미덕」과 「경쟁의 질서」가 없는 가운데 병약한 상태로 존재해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간 케이블TV의 부진은 △사업자 3분할에 따른 정부 주도 시장확대정책의 실패 △관할부처 이원화와 규제 차별화에 따른 중계유선과의 관계정립 미비 △IMF 관리체제로 더욱 증폭된 업계의 경영부실 및 정부 의존형 사업태도 등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업계의 적극적 마케팅에 힘입은 가입자 수의 증가 등 제반 미시적·거시적 지표들을 살펴볼 때 케이블TV는 소위 「바닥을 친」 것 같다고 한다. 학계 일각에선 200만 이상의 가입자만 확보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TV가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로 주식 상장을 준비중인 업체가 적지 않고, 다수 업체들은 복수종합유선방송국(MSO)을 위한 인수·합병(M&A)은 물론 전송망 등에 대한 신규투자 확대를 위해 증자 및 외자유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케이블TV업계에 다음과 같은 기대를 걸어보면 어떨까.

 먼저 케이블TV가 지역사회에서 역량 있는 매체로 위상을 제고하기 바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지역주민들과의 결합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시민단체 등과의 협력을 강화해 대학생 인턴십 확대, 상호 미디어교육 지원, 주민 액세스 프로그램 개발 등의 방침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면 한다. 지역 광고시장 등 침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실업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리라 확신한다.

 둘째, 통신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함으로써 네트워크산업이라는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바란다. 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입증된 우위를 바탕으로 서비스지역을 확대하고 무료 이전 설치나 해지자 재가입 등 가입자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매체의 「미래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가입자들의 불만요인인 AS와 전화응대상의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해야만 한다.

 셋째, 3분할 사업자간의 불신 해소는 물론 중계유선과의 통합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정책에서 기인한 현재의 난맥상을 해결하려면 합리적 제도정립 및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나 규제기관의 개입과 법 집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정부가 부처 이기주의에 따라 「후견인」처럼 어느 한쪽을 「밀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책적으로도 사업자간 상호협력과 공정경쟁을 위한 방침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공급료 및 전송망 이용료를 둘러싼 갈등이나 중계유선과의 문제가 불거져 종국에 국민에게 손실을 안겨 주었을 때 외면받는 것은 케이블TV 사업 전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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