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iBiz 2> "디지털 파워" 세상을 바꾼다..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

 지난해 중반 국내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일제히 미국의 델컴퓨터사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공문을 받았다.

 공문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정확한 납기 약속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다른 거래처를 물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

 국내 PC 제조업체들은 서둘러 인터넷에 기반한 납기약속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올초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사례는 인터넷 비즈니스가 새로운 국제 상거래 규범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이른바 「세계표준규범(글로벌 스탠더드)」으로 급속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세계 경제체제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꼭 지켜야 할 세계 공통의 관행을 뜻한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투명한 회계처리와 경영, 환경보호, 부패방지 등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해 왔으나 이제 인터넷 비즈니스를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하게 됐다.

 LG전자 유영민 정보화담당 상무는 『기업들이 인터넷 비스니스를 통하지 않고서 더 이상 경쟁력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델컴퓨터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이에 기반해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혁신적인 사업방식으로 지난해 60%를 웃도는 업계 최고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한국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공급업체들에 인터넷거래시스템의 보강을 요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국제상거래에만 적용되고 있는 게 아니다. 최근들어 국내 업체와 협력업체간의 인터넷 비즈니스체제 구축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각 사업부와 해외 구매법인, 해외 협력사 및 물류업체들을 연결하는 「오픈인터넷」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조달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해외 자재의 조달창구를 인터넷으로 단일화했으며 올 하반기에 이를 국내 협력사에 확대 구축할 방침이다.

 LG전자는 해외거래처를 위해 일부 사업부에 구축한 납기약속 또는 수요예측시스템을 국내 거래처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구매팀의 정혜영 차장은 『인터넷 조달시스템 구축으로 재고일수·조달시간 등을 대폭 단축하게 됐으며 무엇보다 우리 회사는 물론 협력사 직원들이 관련 서류 작성과 같은 잡무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본연의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 수준은 아직도 외국기업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내 기업의 인터넷 비즈니스체제 도입이 반도체·컴퓨터·LCD 등 일부 하이테크업종의 대기업에만 집중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반증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하이테크는 물론 유통·제조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도입해 활용중이며 이미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기업의 인터넷 비즈니스 도입이 미흡한 것은 이를 구현할 정보시스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경영층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최근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시스템, 데이터웨어하우스(DW) 등 인터넷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국내 기업에도 곧 인터넷 비즈니스 물결이 거세게 밀려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외국기업과 사뭇 다른 국내 기업의 업무처리 관행.

 이는 CEO 등 최고경영층의 마인드 변화가 선행되지 않고는 사실상 해결되지 않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한 정보시스템 교체는 수일내에 완료된다. 하지만 기존 관행의 변화는 수개월이 될지 수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전적으로 경영층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국내 기업의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패는 기존 관행을 얼마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수 있느냐로 가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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