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거리전화사업자, 케이블TV업체 "사냥 열풍"

 「케이블TV망을 이용해 고속 인터넷서비스 시장에서 지역전화 사업자들을 따돌려라.」

 미국 장거리전화 사업자들이 이와 같은 특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근 대대적인 케이블TV업체 사냥에 나서면서 케이블TV업계는 인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케이블TV업체 인수를 통해 1억 미국 가정을 대상으로 고속 인터넷서비스 등 각종 광대역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을 처음 구체화한 곳은 미국 1위 장거리전화사업자인 AT&T.

 AT&T는 지난해 6월 미국내 2위 케이블TV사업자 TCI를 480억달러에 전격 인수, 케이블TV망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지난 3월 TCI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는 발표를 내놨다. AT&T는 TCI 인수를 통해 AT&T 컨슈머서비스라는 사업부를 신설하고 장거리전화, 이동전화, 케이블TV, 고속 인터넷서비스 등 전화와 통신을 총괄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AT&T에 이어 3월말에는 4위 케이블TV사업자 컴캐스트가 경쟁업체인 3위 케이블TV사업자 미디어원을 530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아 케이블TV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여기에다 지난달 AT&T가 컴캐스트의 미디어원 인수시도를 제치고 미디어원을 컴캐스트보다 훨씬 좋은 조건인 약 580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AT&T와 컴캐스트간에 미디어원 인수전이 시작됐다.

 양사의 미디어원 인수전은 최근 컴캐스트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메리카온라인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여 합동작전을 펼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듯 했으나 지난 3일 미디어원이 AT&T의 제의를 전격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결말이 났다.

 AT&T는 미디어원 인수로 미국 전가구의 60%를 연결하는 케이블망을 통해 지난 1984년 정부의 강제분할 조치로 잃은 지역전화사업에 다시 진출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고속 인터넷서비스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한편 AT&T에 이어 미국 2, 3위 장거리전화 사업자인 MCI월드컴과 스프린트도 케이블TV업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중순 MCI월드컴은 미국 1위 무선케이블TV사업자인 CAI와이어리스시스템스를 4억8280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CAI와이어리스는 동종업체인 CS와이어리스의 지분 94%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스프린트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달 초 무선케이블TV 사업자인 피플스초이스를 1억3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또 다른 무선케이블TV사업자인 아메리칸 텔레캐스팅을 4억488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들의 인수전을 들여다보면 선두업체인 AT&T가 TCI, 미디어원 등 굵직굵직한 규모의 유선케이블TV사업자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 비해 2, 3위 업체인 MCI월드컴과 스프린트는 소규모 무선케이블TV사업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즉 AT&T는 유선케이블망, MCI월드컴과 스프린트는 무선케이블망을 고속 인터넷서비스용 기간망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무선케이블TV업체들은 유선케이블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렇다할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다가 무선케이블망을 이용하면 유선케이블망이나 전화선 이상의 속도로 고속 인터넷 및 동영상, 음성전화 등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무선케이블 기술인 다채널 다지점 분배서비스(MMDS)를 이용하면 10Mbps의 고속 인터넷 접속서비스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디오, 음성전화 등 멀티미디어 통신환경 구현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 MMDS는 지난해 가을 연방통신위원회가 데이터의 다운로드만 가능하고 업로드는 불가능하다는 기존 제한을 해제하면서 양방향 데이터전송이 필수인 인터넷서비스에 적합한 기술로 떠올랐다. 무선케이블망은 유선망에 비해 서비스 지역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장비구축이 기존 유선망보다 훨씬 쉽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AT&T가 폭넓은 유선망을 기반으로 일반고객에서 기업고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데 반해 비교적 지역이 한정된 MCI월드컴과 스프린트는 향후 기업고객에 사업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AT&T 등 장거리전화사업자들이 고속 인터넷서비스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것은 지역전화사업자들과의 경쟁이다.

 지역전화사업자들은 케이블망업체들에 비해 고속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 훨씬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T&T에 인수된 TCI가 전체 고객의 0.3% 정도에만 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콕스커뮤니케이션스도 전체 370만명의 고객 중 1.8%인 6만7000명에만 고속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디어원, 컴캐스트 등도 1%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비해 지역전화사업자들은 훨씬 빠른 서비스 보급속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1위 지역전화사업자인 벨 애틀랜틱은 올해 말까지 750만 가구에 전화선 이용 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에는 이를 1400만 가구로 늘릴 계획이며 벨사우스, SBC커뮤니케이션스 등도 고속서비스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분석가들은 케이블망 업체들이 역사나 자금규모, 고객규모 등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지역전화사업자들의 견제를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고속 인터넷서비스 시장에서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장거리전화사업자들과 케이블TV업체, 지역전화사업자 등 다양한 통신업계가 혼전할 것이 예상되는 고속 인터넷서비스시장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대형 통신업체간의 인수합병 바람은 「인터넷·음성·비디오 등을 묶은 종합서비스 제공」이라는 통신업계의 대세를 더욱 빠르게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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