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IT산업 "격전 현장"을 가다 (12);대용량 저장장치

 중대형서버에 연결되는 대용량 저장장치가 중대형컴퓨터 시장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컴퓨터 환경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급속히 바뀌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 관리할 수 있는 대용량 엔터프라이즈 저장장치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장장치는 서버시스템의 단순 주변기기라는 이미지에서 탈피, 전산시스템의 핵심장비로 부각되면서 저장장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올 들어 데이터웨어하우스(DW)·전사적자원관리(ERP)·전자상거래(EC)와 같은 데이터 집약 시스템의 등장으로 저장장치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그 수요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대용량 엔터프라이즈 저장장치 시장이 지속적인 시스템 증설 등 신규수요에 힘입어 앞으로 몇년 동안 연평균 5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추정되는 국내 대용량 저장장치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56% 정도 성장한 2500억원 규모. 국내 저장장치 시장이 이처럼 급성장하자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간의 주도권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 대용량 저장장치 시장은 한국EMC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선두권 진입을 위한 한국IBM·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LG히다찌·한국데이타제너럴·한국HP·한국컴팩컴퓨터 등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저장장치 조직을 새롭게 재정비하면서 저장장치 채널영업을 강화하는 등 매출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관심을 끄는 업체는 한국EMC와 한국IBM이다. 그동안 한국EMC가 엔터프라이즈급 대용량 저장장치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올 들어 한국IBM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두 업체의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EMC(대표 정형문)는 저장장치 시장에서 유지해온 선두자리를 고수한다는 방침 아래 데이타게이트코리아, 대인컴퓨터 등 저장장치 전문채널을 통한 판매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고가용성 광채널을 기반으로 한 SAN 관련 제품과 솔루션을 내세워 기존 고객관리는 물론 신규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올해를 대용량 저장장치 시장 정상탈환 원년으로 정해 저장장치사업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광채널 RAID 스토리지 서버」 「광채널 스토리지 허브」 「스톨워치」 등 SAN 저장장치 통합솔루션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한국EMC에 맞대응하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대표 폴 히퍼)도 스토리지 전담팀을 신설하고 대용량 저장장치 「스토에지 시리즈」를 공급하면서 저장장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저장장치 관리와 설치를 위한 윈도NT 및 유닉스환경의 새로운 개방형 저장장치 개발 플랫폼인 「스토어X」를 선보이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컴팩컴퓨터(대표 강성욱)의 경우 저장장치 사업부를 새롭게 정비, 광채널 방식의 대용량 저장장치인 「스토리지웍스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저장장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히타치데이터시스템 제품을 취급하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대표 류필구)은 광채널저장장치 「7700E」를, LG히다찌(대표 이은준)도 일본 히타치 저장장치 「레이드300」를 각각 내세워 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공급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HP(대표 최준근)와 한국데이타제너럴(대표 손영진) 역시 광채널 저장장치를 주력제품으로 채택, 신규수요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어 대용량 저장장치 시장을 둘러싼 업체들의 공급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저장장치 업체들이 이처럼 SAN 기반의 광채널 제품공급에 주력하는 것은 기업의 전산환경 통합화 추세로 인해 이기종간의 호환은 물론 대규모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채널 저장장치는 기존 스카시(SCSI) 방식의 제품에 비해 신뢰성이 높고 속도가 훨씬 빠른데다 전사적 데이터 관리의 안정성을 확보해 기업의 총소유비용(TCO)을 절감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들어 저장장치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메인프레임에서 개방형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저장장치 시장은 중앙집중식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형성해왔으나 최근 수요처들이 유닉스서버를 주축으로 하는 개방형시스템으로 무게중심을 서서히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엔터프라이즈급 윈도NT 서버들이 유닉스와 메인프레임 영역을 침투하게 되면 윈도NT 기반의 저장장치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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