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네트워크 접속 기술 "3파전"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전자제품을 네트워크에 무한 접속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차세대 네트워크 접속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자바 기반의 「지니」 기술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루슨트 테크놀로지스도 이에 맞서는 대응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선의 지니는 네트워크에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접속해 자원을 상호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로, 특히 플랫폼 독립적인 특성을 갖는 자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보편적 기술이 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모든 것을 네트워크로 연결시키려면 각각의 기기에 일종의 식별번호(ID)를 할당하고 접속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등의 역할을 할 관리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니는 그러나 이와는 다른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스마트폰·하드드라이브 등 각종 디지털기기에 내장된 50KB 정도의 소용량 소프트웨어가 네트워크 접속시 곧바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Resource)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관리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니는 또 특정 프로토콜 스택이나 근거리통신망(LAN)용의 소프트웨어 드라이버가 사전 내장돼 있지 않아도 네트워크에 다양한 디지털기기들을 접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필요한 소프트웨어 드라이버를 자바기술을 통해 네트워크 접속시에 전송받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니의 이같은 특징은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창출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차세대 네트워크 접속기술은 그러나 지니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MS의 「유니버설 플러그 & 플레이(UP&P)」나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의 「인페르노」 기술이 지니의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 MS의 UP&P는 지니를 직접 겨냥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특징도 지니와 유사하다.

 네트워크 접속을 제어할 수 있는 40KB 정도의 소용량 소프트웨어를 담은 칩을 디지털기기에 탑재해 이들 기기를 네트워크에 연결,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UP&P의 기본개념이다. 이 기술은 디지털기기의 네트워크 자동 접속을 위해 표준 인터넷 프로토콜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이와 관련, 최근 UP&P의 개발자 키트 공급에 나서는 한편, 인텔 등 관련업체들로부터의 지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MS는 UP&P와는 별도로 「밀레니엄」이란 비밀연구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애플리케이션들이 네크워크에 분산돼 있는 컴퓨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UP&P의 개념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UP&P가 MS 자신의 컴퓨터 운용체계(OS)와 연계돼 있지 않은 반면 밀레니엄은 MS의 컴퓨터 운용체계와 긴밀히 연계돼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한편, 차세대 네트워크 접속분야 또 하나의 경쟁기술인 루슨트의 인페르노는 플랫폼 독립적인 점에서는 지니와 같지만 자바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루슨트측은 인페르노가 네트워크시대의 분산형 OS 솔루션으로 자리잡길 기대하고 있다.

 인페르노는 현재 루슨트의 통신시스템에 적용되고 있으나 앞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지원이 늘어나면서 네트워크 장비와 고성능 컴퓨터 및 전자완구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채택될 것으로 루슨트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차세대 네트워크 접속기술이 3파전의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시장선점을 위한 주도권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현재는 지니가 아메리카온라인·시스코·컴퓨터 어소시에이츠·노벨·모토롤러·노키아·소니·필립스·샤프 등 컴퓨터·통신·가전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로부터 폭넓은 지원을 받으면서 다른 경쟁기술에 비해 한발 앞서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떤 기술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고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승패가 판가름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MS의 UP&P가 지니의 보급 확산을 강력히 저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지니의 채택을 고려하고 있는 주요 가전업체들을 상대로 이미 UP&P에 대한 지원을 적극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또 서로 다른 기술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수록 이를 채용하려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커다란 혼란에 빠져들면서새로운 기술의 채용 자체를 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차세대 네트워크 접속기술의 표준마련을 위해 3사가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고 주도권 경쟁에만 몰두할 경우 어떤 기술도 대중적 발전에 이르지 못하고 주변 기술로 남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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