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독과점 "구설수"

 지난 80년대 중반 설립된 시스코는 90년대 들어 인터넷 순풍에 편승,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에 필적할 만한 대형 업체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시스코는 연간 매출액이 80억달러, 100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 분야 부동의 1위 업체다.

 『시스코가 없었더라면 인터넷은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 컨설팅업체 루프킨&젠레트의 분석가 스테판 코플러가 말하듯이 시스코는 인터넷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코의 이같은 자리매김은 많은 부분에서 인텔과 MS의 전략과 일치하고 있다. 즉 시스코도 이들처럼 시장 독점을 통한 고가의 마케팅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1년 전부터 시스코는 「CPN(Cisco Powered Network)」이라는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는 인텔의 「Intel Inside」나 MS의 「Designed for Windows」 등과 같은 로고의 일종으로 시스코는 자사 장비를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업체에 한해 이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벨애틀랜틱·GTE·US웨스트 등 127개 업체들이 잇따라 CPN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CPN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업체의 장비 중 85% 이상이 시스코 제품이어야 한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시스코가 CPN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사 제품을 구매해왔던 서비스사업자들을 시스코 장비로 대거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CPN 프로그램이 인텔의 「Intel Inside」와 같이 소비자들이 한 제품만을 맹목적으로 구매하게 만들게 하는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시스코는 CPN은 세일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인증 프로그램의 일종이라며 이를 반박하고 있다.

 시스코는 또한 MS가 PC의 운용체계(OS) 독점을 통해 익스플로러 등 여타 애플리케이션까지 시장 제패를 도모했듯이 자사 네트워크운용체계(NOS)인 IOS(Internetwork Operating System)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시스코의 IOS는 네트워크업계에서 윈도만큼 많이 활용되고 있는 NOS다. 그러나 시스코는 이 IOS를 현재 타 업체에 호환성을 유지할 정도의 기술 라이선스를 허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IOS 라이선스 확대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시스코의 IOS는 시스코가 비동기전송모드(ATM) 및 광케이블 네트워크 장비 등 신규 네트워크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방패막이 되고 있다. 이는 신규 네트워크 장비 도입시 구매자들은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과 안정성 문제를 우려, NOS를 바꾸면서 다른 업체의 장비를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경쟁사의 한 간부는 『시스코의 영업전략은 경쟁사의 제품을 FUD하게 만든 것, 다시 말해 소비자를 두렵게(fear)하고 불확실하게(uncertainty) 이끌어 결국 경쟁사의 제품을 의심스럽게(doubt) 만드는 것』이라며 시스코를 강력히 비난했다.

 물론 시스코에 관한 이같은 독점논쟁은 네트워크 1위 기업에 대한 경쟁사들의 비판적인 견지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은 시스코가 인텔 및 MS와 같이 시장에서 확보한 독점적인 지위로 경쟁사와 별반 차이가 없는 제품들에 대해서도 고가의 마케팅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시스코가 이같은 시장 독점에 기반한 고가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달성하고 있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시스코 장비의 마진폭은 최고 65%에 달하고 있는 점 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신규 네트워크업체 알테온의 도미니크 오르 최고경영자(CEO)는 『비록 시스코가 뛰어나지 못한 솔루션을 발표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시스코 제품만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바로 네트워크업계에서 누리고 있는 시스코의 독점적인 영향력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경쟁업체들은 현재 『인텔과 MS가 독점문제로 미국공정거래위원회(FTC)에 의해 독과점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시스코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시스코와 FTC간 커넥션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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